[환경규제가 경제발목 잡는다] 제조업 “왜 우리만 타깃이냐” 불만

수도권 대기 오염의 주범은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배기가스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현재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원 가운데 자동차 배기가스가 60~70%를 차지했다. 공장에서 내뿜는 배출가스가 대기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다. 물론 발전소는 15% 정도로 공장보다는 높다. 특히 미세먼지(PM10)의 경우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비중이 15%에 이른다. 공장에서 아무리 환경오염물질을 줄여도 획기적인 대기환경 개선효과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병욱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3센터장은 “수도권 대기 개선 방안은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교통수요 감소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가 무작정 기업만을 대상으로 대기오염 축소에 나설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출총량제, 무엇이 문제인가=배출총량규제제도는 수도권의 공장, 특히 연료사용량이 많은 대형 사업장이 우선적인 대상이다. 수도권에서 배출가스양이 많은 업체는 인천제철 등 400여개다. 이들이 연간 배출하는 오염량은 ▲미세먼지 1,066톤 ▲황산화물 3만5,033톤 등이다. 절대량을 기준으로 하면 엄청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자동차 오염배출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연간 1,066톤의 미세먼지는 수도권을 오가는 자동차 1,000대에서 방출되는 양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6월말 현재 전국 자동차 등록대수는 1,439만대다. 경기도와 서울은 각각 316만대, 275만대로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결국 미세먼지 등 오염총량을 줄이려면 사업장이 아니라 교통부문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수도권 대기오염의 주범은 바로 자동차인데도 환경부는 규제편의를 위해 제조업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행되면 제조업체, 수도권ㆍ한국탈출 가속화할 듯=환경부는 지난해 말 `21세기 푸른 하늘-수도권 대기환경개선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은 2000년 대비 2012년에는 질소산화물은 50%, 미세먼지는 65%, 휘발성유기화합물은 35% 삭감하는 내용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오는 2012년에는 수도권 대기가 공장이 거의 없는 제주도 수준으로 개선된다. 안문수 환경부 대기정책과장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무조건 감축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계부처와의 협의과정에서 구체적인 감축목표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내부적으로 지난해 말 세운 감축목표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산자부가 조사한 결과 수도권 기업 가운데 73%는 `오는 2012년까지 환경부 목표를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배출총량제가 시행되면 ▲공장폐쇄 ▲해외등지로의 생산거점이전 ▲라인축소 등의 조치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은 국민부담으로 전가=배출총량 규제제도가 엄격히 시행될 경우 공기는 좋아지겠지만 국민들도 경제적부담을 안아야 한다. 기업이 오염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할 뿐 아니라 배출총량 규제를 지키지 못할 경우 부담금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부는 효율적인 배출총량제를 위해 배출량 거래제도를 함께 도입할 방침이다. 배출량거래제도는 연간 배출량을 배정목표 이하로 줄인 업체가 그 차이에 해당하는 배출권리를 돈을 받고 다른 업체에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 전력요금이 크게 상승한 것도 배출량 거래제도 때문으로 지적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00년 전기요금이 99년보다 두 배이상으로 뛰었다. 오염배출권리가 소진된 발전업체들을 중심으로 배출권에 대한 수요가 늘자 가격도 뛰어 전력요금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특히 우리의 경우 수도권에서 대형 사업장의 절대 오염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배출권을 사려는 기업들이 주류를 이룰 수 밖에 없다”면서 “선진국에 비해 배출권 거래제도가 정착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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