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

중국 북산(北山)에 살던 우공(愚公)이라는 한 노인은 두 개의 커다란 산에 가로막혀 항상 길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따르자 자식들과 함께 “아예 산을 옮기자”고 결정했다. 산을 옮기자는 결정 자체가 너무 허무맹랑한데다 나이도 이미 90세에 가까운 터라 주위의 만류는 당연했다. 그러자 이 노인은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산신령이 이 말을 전해 듣고 산을 허무는 인간의 노력이 계속될까 두려워 옥황상제에게 이를 말려주도록 호소했지만 옥황상제는 오히려 우공의 정성에 감동해 산을 멀리 옮겨줬다.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유례다. 쉼 없이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소신을 밝힐 때마다 자주 인용하는 말이 바로 우공이산이다. 지난 6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에는 “거창한 약속이나 구호보다 한 걸음 한 걸음 목표를 달성해가는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국정운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 신문에 게재한 특별기고문에서도 “노무현과 대한민국에 투자하십시오. 노무현도, 대한민국도 절대 불안하지 않습니다.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5년을 쉼 없이 가겠습니다. 자신 있게 가겠습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지금의 정부는 우공이산의 심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상황을 단번에 해결하길 원하는 듯하다. 먼저 정치권 문제를 보자. 단기간에 지지율 하락의 위기상황을 타개하면서 정치권을 개혁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재신임 문제를 들고 나왔겠지만 반대파가 너무 많다. 생각처럼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니다.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역시 하루아침에 좋아지길 원한다면 과욕이다. 급등하는 강남 지역 부동산값이 잡히지 않으면 토지공개념이라는 강력한 처방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따른 효과는 `단기 쇼크`에 그치고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직 경제가 위기국면이 아니다”며 사례로 들고 있는 주식시장의 오름세 역시 뜯어보면 불안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외국인만 주식을 살 뿐 국내 투자자들은 증시를 떠나고 있다. 이들 문제 모두 실타래를 풀듯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야 할 일들이다. 원하는 대로 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조급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4년 넘게 시간이 남았다. 지금이 바로 우공이산의 심정과 의지가 절실할 때다. <이용택(증권부 차장)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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