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해결사' 위상이 부침한다

지난해 하반기 타이에서 비롯된 금융, 외환위기가 러시아, 중남미로 확산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체제하에 처한 국가들이 늘고 있다. IMF의 경제정책 지침을 둘러싼 각종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경제위기 해법과 관련, 위상이 부침하고 있는 인물들을 소개한다.◇미셸 캉드쉬 IMF 총재=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외환위기 이후 세계 금융체제의 제황으로 급상승했었다. 그러나 IMF가 제시한 각종 경제위기 극복대안들이 현지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재원마저 거덜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지난 9월에는 동남아와 러시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예측하는데 실패했음을 자인하기도 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IMF·세계은행 개혁을 촉구한 후 국제사회가 새로운 국제금융체제 구축을 요구하자 IMF의 존립 자체마저 흔들리는 수모를 겪었다. 캉드쉬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신규 재원출자에 나서기로 한 이후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세계 금융계의 큰손이자 헤지 펀드계의 대부. 러시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유예) 선언 이전까지는 국제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장본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가 이끄는 헤지 펀드들은 높은 수익률로 인기를 누려왔으나 러시아에서 4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 상당한 타격을 받자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시장에 대한 맹신이 현재의 세계적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며 국제금융당국의 무능력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하며 투기성 국제단기자본 규제에 앞장 서온 반 IMF인사. 지난 9월 말레이시아 통화인 링기트에 대한 고정환율제를 도입하고 링기트화와 자국 주식의 해외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금융통제정책을 발표, 선진국들과 국제금융기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나 금융통제 실시 이후 말레이시아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마하티르에 대한 주변국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적인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를 해임하고 남색혐의 등으로 기소,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 대장성 차관=아시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국제금융계에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경제의 대변인으로 급부상해 경제난 극복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국제금융계의 폭주족인 헤지 펀드 규제의 선봉에 서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자본주의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 개도국들이 상황에 따라 자본 흐름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마하티르의 외환 통제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카키바라는 또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엔화 경제권 형성이 필요하다고 적극 주장하고 있다. ◇제프리 삭스 미 하버드대 교수=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로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고평가돼어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상 엔화가 달러당 130엔대를 유지하는 것이 옳으며 위안화 역시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으므로 반드시 절하돼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콩달러 역시 달러에 대한 고정환율제(페그제)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환율시스템 변경을 권고했다. 이같은 주장은 세계 경제전문가들이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의 관건으로 지목하고 있는 위안화 안정과 홍콩의 페그제 유지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미 MIT대 교수=아시아 경제통으로 꼽히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선진국들이 통화강세가 강한 경제를 만들고 물가안정이 번영을 낳는다는 경직된 신념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독일 연방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하를 거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경직성이 경제위기의 초기단계에서 적절한 대응을 막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인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