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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로 유입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바이러스가 경기도 소재 평택성모병원에서 급속히 전파된 뒤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 허브'가 평택에서 서울로 옮아온 양상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2곳을 중심으로 내원한 환자들이나 방문자들을 철저히 파악해 추가 감염을 막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역추적하면 메르스 바이러스 이동경로는 △최초 환자가 다녀간 병원 △14번 환자가 다녀간 병원 △16번 환자가 다녀간 병원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11일 증상이 나타난 후 12∼14일 충남 아산의 서울병원에 처음 들렀고 이후 평택성모병원, 서울의 365서울열린병원,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이 가운데 15∼17일 두 번째로 들른 평택성모병원에서는 지금까지 3차 감염을 포함해 모두 3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첫 환자로부터 직접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28건, 추가 전파로 추정되는 경우는 8건이다.
평택성모병원 외에 첫 환자가 간 병원 중에는 아산서울병원의 의료인(46)과 365서울열린병원의 의료인(50)이 한 명씩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이들 병원의 경우 이미 최장 잠복기(14일 추정)가 지나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첫 환자가 마지막에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첫 환자로 인한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다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14번 환자가 27∼29일 이곳 응급실을 찾으면서 3차 감염이 시작됐다.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한 두 번째 경로다.
이 병원 의료진 2~3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응급실을 거쳐 간 17명의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했다.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오기 전에 입원했던 또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아직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출발한 메르스 바이러스의 세 번째 경로는 대전 지역 병원들로 이어진다.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첫 환자로부터 감염된 16번 환자(40)는 이후 몸에 이상을 느껴 대전 대청병원(25∼27일)과 건양대병원(28∼30일)을 거쳤고 이후 메르스 확진을 받아 국가지정격리병원에 입원했다. 대청병원에서는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3명의 환자가, 건양대병원에서는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 환자들과 동일 병동 환자 배우자 등 5명의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 밖에 환자들이 다녀간 병원 18곳에서는 아직 3∼4차 감염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총 17명의 의료진·환자들을 메르스에 감염시킨 14번째 환자와 이 환자에게 노출된 의료진·환자 등 893명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다. 권준욱 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5월27일 평택터미널에서 서울남부터미널로 이동한 14번째 환자와 동승한 승객 6명 신원을 확보했다"며 "이 가운데 5명에게는 연락을 취해 자택격리 조치해 보건소에 인계했으며 나머지 1명은 대포폰이라 현재 소재지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환자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평택시 보건소에 현장 역학조사 지원을 위해 20명의 직원을 파견 배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자가 격리자 관리가 소홀하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관리 강화에도 나선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메르스 사태 초기에 다소 미흡하게 수행됐던 자택 격리자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격리자와 보건소, 지자체 공무원을 1대1로 연결해 책임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휴대폰 위치추적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