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학병원에서 갑상선암 정밀검사를 받은 김봉준(가명)씨는 한결 가뿐한 마음으로 검사에 임했다. 의사가 '하이차트'를 통해 자신의 모바일로 전송해준 의료 애니메이션으로 복잡한 검사 과정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김씨는 "의사의 설명으로는 수술에 대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친근한 이미지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갑상선암과 검사 프로세스를 미리 살펴봤더니 쓸데없는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용욱(가명)씨는 수십년간 컴퓨터로 주식 거래를 해오다 지인의 추천으로 최근 스타트업에서 출시한 '증권 Plus for Kakao'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했다. 정씨는 모바일로 실시간 증시와 최신 주식 정보를 확인하며 대형증권사들이 엄선해 보여주는 증권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수시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다윗의 활약으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 큰 기업이 놓친 틈새를 파고든 스타트업들 또한 파이가 큰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모바일 쇼핑 할인 정보를 제공하는 엠버스(MBERSE)는 오프라인 패션 유통 시장을 공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커머스에 관심을 가질 때 엠버스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집중한 것.
국내 의류쇼핑 시장 중 온라인은 9%에 불과하며 91%에 해당하는 오프라인 의류 시장은 정보기술(IT)로부터 방치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엠버스는 현재 '써프라이즈'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유명 패션 브랜드 150여곳의 매장 할인 정보를 모아 보여주고 브랜드 매장 근접 지역을 지나가는 사용자에게 해당 쿠폰을 푸시로 보내준다. 할인정보에 관심 많은 10~20대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 7주 만에 3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으며 재방문율은 월 70%에 달한다.
포함돼 있지 않은 패션 브랜드 관계자들이 직접 연락해 제휴를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업계에서는 유통의 대형 강자들이 자체적으로 앱 서비스를 선보이는 가운데 오프라인 쿠폰을 취합해 보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니치마켓을 적절히 공략한 사례로 꼽는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오프라인의 혜택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하나의 앱으로 사용자의 현 위치와 근접한 곳에 있는 제휴 업체의 오프라인 쿠폰을 적시에 각 사용자의 모바일로 보내는 서비스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키즈노트(KIDNOTE)는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되던 영·유아교육 시장의 불만을 모바일 기술로 해결한 대표 스타트업이다. 프랜차이즈 영·유아 보육 브랜드가 생길 만큼 외형적으로 성장한 시장이지만 내부 운영에서는 IT와 전혀 거리가 먼 주먹구구 식 운영이 지속되고 있었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와 보육교사 간 커뮤니케이션은 보육교사는 종이 알림장에 수기로 메모를 하고 학부모는 저녁에서야 알림장을 보면서 아이의 정보를 확인하는 형태로 지속돼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키즈노트가 고안한 '스마트 알림장'이 엄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키즈노트는 영·유아 보육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휴하는 영·유아 보육기관은 1만2,000여개로 국내 영·유아 보육기관의 20%를 차지한다. 일 활동 사용자 수도 지난해 동월 대비 600% 증가했으며 하루 평균 세 차례 이상 방문 및 등록한 사용자 중 95%가 재접속하고 있다.
학원이 즐비한 가운데 교육 분야를 공략한 노리(KNOWRE)는 개인화 기반 수학교육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해 대형 학원에 견줄 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노리는 학교 수업이 전통적인 집합식 교육에서 개인별 맞춤 학습으로 전환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학습 엔진을 통해 학생별로 맞춤형 수학 콘텐츠를 제공한다. 풀리지 않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 해결해주는 특급 수학 과외선생님인 셈이다.
그 결과 노리는 지난해 뉴욕시 교육청이 주최한 교육용 앱 경진대회(SCHOOLS GAP APP CHALLENGE)에서 1등을 차지했다. 현재 미국 37개 학교 8,000명의 학생이 노리의 솔루션으로 공부하고 있다. 김용재 노리 대표는 기존 교육 시장을 철저히 이해하기 위해 대치동에 수학학원을 만들어 상당히 오랜 기간 운영하다가 충분히 업계를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과감히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일 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부동산다이렉트의 경우 개인 자영업체가 즐비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케이스다. 온라인부동산 시장은 '미끼상품'이라고 불리는 허위매물로 제공 정보의 신뢰도가 낮다는 사실에 포착, 전수조사를 통해 실제 매물을 편하게 살펴볼 수 있고 거래 수수료도 낮춘 사무용 부동산 플랫폼 '알스퀘어'를 출시했다. 알스퀘어에는 현재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여의도·분당·판교·상암과 같은 주요 사무실 밀집지역의 사무용 부동산 정보 5만여건이 등록돼 있다.
물론 기존 거대 시장이 형성돼 있는 산업군을 신규 IT·모바일 서비스로 공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기존 산
업영역을 혁신하는 데는 수많은 장벽이 존재하며 기존 플레이어의 태세와 산업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달려드는 것은 바위에 계란 치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민화 KAIST 명예교수는 "한 산업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기존 플레이어들이 진출하지 않은 영역에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IT 산업을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 산업의 특성과 구조를 매우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융합과 시너지가 발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이사 역시 "덩치가 크다고 해서 모든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지만 얕봐서는 안 된다"며 "매력적인 시장을 만들어내는 전략과 그곳에 침투하는 타이밍이 함께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변화가 비교적 더딘 큰 산업영역에 뛰어들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스타트업의 특징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빠르게 받으며 투자를 비교적 쉽게 유치하는 경향이 있고 △전통 강자들이 선점한 시장창업자들이 업계의 경험이 있거나 없더라도 상당 시간 업계 구석구석 직접 발로 뛰며 문제점과 가능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플레이어들이 자체 서비스와 자신의 영토에만 신경 쓸 때 전체 플레이어를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들고 나오거나 업체의 관점이 아닌 철저히 '소비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어 더욱 반응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기존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는 구조를 취하기보다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기존 플레이어들과 최대한 협동하는 구조를 취하거나 그들과 함께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