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현경연 기업 경영·투자 전망 설문] "매출·이익 감소 우려… 내실 다지며 수익·성장성 확보에 총력"

■ 최우선 경영목표
반도체·자동차·항공·유통 등 상대적으로 투자의지 높아
77%가 "채용규모 늘리겠다"
원·달러 1,001~1,100원 전망… 손익분기점 환율은 1,050원



"어떻게든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지금 닥친 당면 과제 입니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서라도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말 속에 올해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내실을 다지면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는 데 부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를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기회복을 겨냥해 선제 투자를 계획하는 곳도 적지 않다. 물론 기업이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투자가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고 여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규제 때문에 투자하기 힘들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은 괜히 하는 핑계가 아니다. 규제를 '암덩어리'로 간주하고 개혁을 천명한 박근혜 정부지만 기업투자를 옥죄는 규제가 여전하고 투자 여건이 되레 악화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기업이 많다. 이는 규제개혁이 여전히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는 의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투자확대를 이끌어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속도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출·영업이익 목표 다소 보수적=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올해 국내외 경제 상황이 지난해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경제성장률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계제로' 상황이 계속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설비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설비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48.6%로 지난해 조사(43.6%)에 비해 5%포인트 늘었다.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해 선제적 투자를 단행,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자 업종과 자동차·항공·유통 업종의 투자 의지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늘리면서도 수익성 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가량인 46.8%가 올해 기업 활동의 우선순위를 '수익성 향상'이라고 응답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철강·조선 업종과 내수침체로 성장이 정체된 유통 기업들이 특히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는 다소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에 대해 1%라도 늘려 잡은 기업은 62.7%로 지난해(68.4%)에 비해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도 1~10%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52.0%로 가장 많았고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22.7%)이 뒤를 이었다. 신규 고용은 소폭이나마 늘리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올해 신규 고용을 1~5%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60.8%로 가장 많았고 6~10% 늘리겠다는 기업도 16.2%나 됐다. 기업 10곳 중 8곳은 채용 규모를 늘린다는 의미여서 구직자들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경영 리스크는 '이윤 감소'=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매출·이익 감소에 대한 기업들의 두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대 경영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기업들은 '이윤 감소(24.7%)'를 1순위로 꼽았다. '매출 감소(20.8%)'도 높은 비중을 차지해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순위 리스크였던 '기업 규제 강화(23.4%)'는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투자여건이나 규제가 크게 개선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업 관련 규제개선 여부를 묻는 질문에 72.4%가 '보통'이라고 답했고 현재 투자여건에 대해 만족하는 기업은 26.7%에 불과했다. 기업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인식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이어 사내 유보금 과세까지 이뤄지면서 정부가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며 "기업 인수합병(M&A)을 투자로 간주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올해 원·달러 예상 환율을 1,001~1,100원으로 전망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 환율 수준에 대해 1,050원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현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율 불안은 올해 기업경영에서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 불안 요인으로 환율 불안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며 "이는 국내 기업들이 경영변수로 환율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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