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둔 24일 개봉하는 코믹 영화 ‘탐정 : 더 비기닝’에서 권상우(39·사진)의 역할은 한 마디로 ‘철없는 애 아빠’다. 변변한 직업 없이 벌이가 시원찮은 책 대여점을 운영하는데 그마저도 똑똑히 하지 못해 항상 아내에게 구박받는. 권상우는 그런 강대만의 역을 맡아 영화 내내 설거지하고, 아이 기저귀를 갈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놀라운 건 그 모습이 뜻밖에 썩 잘 어울린다는 거다.
“실제로 영화 속의 그런 집안일 저도 다 해요. 오늘도 리호 기저귀 갈고, 룩희 스쿨버스 태워 보내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나왔거든요. 역할에 끌린 건 그런 측면도 있어요. 캐릭터를 넘어 1% 정도는 더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죠.”
2008년 동료 배우 손태영과 결혼한 권상우는 아들 룩희와 딸 리호를 둔 두 아이의 아빠지만 그의 아빠로서의 모습은 대중에 잘 공개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영화 ‘탐정’은 그동안 꽁꽁 숨겨 둔 아빠 권상우의 모습을 엿볼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워본 제 경험을 많이 녹여냈죠. 이를테면 기저귀 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기저귀를 말 때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있거든요. 테이핑해서 쓰레기통에 딱 버리는 그런 느낌을 제가 엄청 잘 살렸어요. (웃음)”
이번 영화에서 권상우는 과감하게 망가지기도 한다. 대놓고 지질하달까. 가정을 꾸린 후에도 형사의 꿈을 버리지 못해 매일같이 경찰서를 기웃거리는가 하면 아내를 속이려 어린 아들을 교묘히 이용하기도 하고, 급기야 아기를 업고 수사 판을 쫓아다닌다. 근데 그 모습이 밉지 않고 유쾌하다. 이토록 코미디가 잘 어울리는데 그동안 왜 안 했을까는 호평이 나올 정도.
“제게 장점이 있다면 코미디일 수 있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어요. 그동안 사랑받은 캐릭터를 떠올려봐도 교복을 입어도 뭔가 삐딱한, 어딘가 결핍된 루저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대만이의 그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 선 지질함과 청순함이 진짜 좋았어요. 대단한 연기는 못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내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죠.”
시종일관 솔직하게 인터뷰한 권상우는 흥행에 대한 속내도 거리낌 없이 털어놨다.
“사실 제일 욕심 나는 게 흥행이에요. 10여 년 전 개봉한 ‘동갑내기 과외하기(493만)’의 기록을 못 깨고 있거든요. 그 기록을 깨고 싶기도 하고 흥행에 성공해 속편도 찍고 싶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되게 좋았는데 그때 서로 ‘2년에 한 편씩 내서 나중에 대만이가 키우는 딸이 대학생이 되면 그때 완결을 짓자’는 얘기를 농담 삼아 많이 했어요. 그 농담들이 현실이 되길 바라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