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8∙15 경축사에서 나타난 대일(對日) 메시지는 '선(先) 과거사 직시, 후(後) 한일관계 개선'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이 한일관계와 관련해 일관되게 유지해온 기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축사에서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 아베 내각의 잇따른 '망언'이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한일관계가 정상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역대 대통령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가졌던 것과 달리 취임 6개월 동안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과 많은 사람들은 한류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지고 있다"며 "정치가 국민들의 이런 마음을 따르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새로운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국민 모두의 바람처럼 진정한 협력동반자로 발전될 수 있도록 일본의 정치인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아베 내각의 과거사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고 계신 분에 대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렇듯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강한 어조의 비판보다는 일본의 변화를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밝히며 한일관계의 진전 가능성도 열어놨다.
박 대통령은 "일본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열어갈 중요한 이웃"이라며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한일 양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