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윤종은 위니아사업본부 상무이사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과학재단이 제정한「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제21회 수상자로 윤종은 만도기계㈜ 위니아사업본부 상무이사가 선정됐다.위니아사업본부 공장장과 위니아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는 尹상무는 김치숙성기술과 장기보관기술을 자체 개발함은 물론, 이를 상품화한「딤채」로 맛있는 김치를 사계절 즐길 수 있도록 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 그의 연구활동과 연구세계를 소개한다. 윤종은 만도기계㈜ 위니아사업본부 상무이사(49)의 최종학력은 학사다. 한양대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69학번. 박사는 물론 석사학위도 없다. 그러나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기계박사」다. 尹상무는 지난 77년 만도기계의 전신인 ㈜현대양행에 입사, 22년동안 연구개발부서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가 설계·제작한 기계만도 1,200여가지. 평균잡아 한해 55가지는 개발해낸 셈. 尹상무는 입사하자마자 당시 현대양행의 주력이던 자동차 부품은 물론, 초지기를 비롯한 제지기계, 방음벽 제작에 참여했다. 유명한 생리대인 코텍스도 그가 만든 기계에서 생산된 제품이며,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에서 제2 한강교 구간에 설치된 알루미늄 플레이트 방음벽도 그의 작품이다. 80년대에는 방산장비 개발에 나서 한국형 다연장 로켓 「구룡」, 한국형 지대지 미사일 「현무」, 수중어뢰 「악어」를 잇따라 만들어냈다. 그의 손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커피 자동판매기와 로봇에 이르기까지 「기계」라는 말만 붙으면 일단 그의 연구개발「사정거리」에 든다. 尹상무에게 「기계박사」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그가 만든 기계의 종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이든지 한번만 보면 그대로 만들어 내는 재주 때문이다. 실제 尹상무는 특정한 제품의 용도를 알고, 실물을 한번 보거나 사진만 있어도 100%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낸다. 수중어뢰 「악어」 역시 이같은 경로를 통해 만들어 낸 방산장비. 어느날 회사 앞에 길쭉하게 생긴 폭탄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자초지종을 알아본 즉, 오래전 우리 군이 베트남 해안에서 주워 온 어뢰였다.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주문이 떨어졌다. 물론 대답은「예스」. 그러나 난처한 일이 생겼다. 일단 분해·조립을 거쳐 똑같이 만들긴 했는데, 문제는 어떻게 물에 뜰 수 있도록 하느냐는 것. 결국 尹상무는 8개월만에 폭탄을 물에 뜨게 만들어냈다. 尹상무의 연구개발 이력을 되돌아 보면 대부분 이런 스타일이다. 뭔지 모르지만 일단 일이 주어지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붙는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해법은 나오는 법. 결국 주어진 일의 끝을 보고 만다. 그래서 그의 신조는 「하면 된다」이다. 김치 저장고 딤채 역시 이같은 「해냄」정신의 산물. 만도기계는 경영다각화 차원에서 지난 89년부터 에어컨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에어컨은 계절상품이라서 한계가 있다. 성수기인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동안은 흡사 전투를 치르듯 생산에 나서지만 그 이후에는 일감이 없어 생산라인을 놀릴 수 밖에 없었다. 수익감소는 물론 인력관리도 골칫거리. 장기간 협의와 연구 끝에 나온 대체상품이 바로 김치저장고 딤채였다. 尹상무를 비롯한 연구팀은 사전조사를 위해 김치관련 서적과 요리책은 물론 여행 가이드, 맛자랑 멋자랑 등의 TV 프로그램도 뒤졌다. 물론 집에 있는 어머니와 아내도 취재(?) 대상. 尹상무는 『연구팀에 최석재라는 기사가 있는데, 어느날 그의 어머니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물어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 왈, 공과대학 보내 놓았더니 고작 하는 일이 김치 담그는 기술 개발이냐며 호통을 친 일도 있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지난 96년 첫 선을 보인 딤채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 尹상무는 『연구원이 할 일은 연구개발에 몰두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즉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인가. 尹상무는 직장생활 22년에 63빌딩 한번 못가봤다. 롯데월드, 민속촌도 마찬가지. 尹상무는 동갑내기 고향친구이자 아내인 최경애씨를 공식, 비공식 자리를 가리지 않고 자주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시킨다.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혼자 집을 지키는 아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에서다.【정구영 기자】 尹鍾銀 상무가 딤채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딤채 개발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100% 자체기술로 개발된 딤채는 현재 주문이 밀려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히트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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