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정에서 새 봄의 소리가 들린다.
새로 입학하는 새내기들이 낯설은 교정을 수줍게 몰려 다니는 모습에서 이 봄의 신선함을 느낀다. 아직은 서먹서먹해서 인지 목소리도 크지 않고, 웅성거림도 조용하게만 들린다.
마치 긴 겨울을 보내고 슬며시 초록의 색깔을 내보여주는 봄 나무처럼, 크게 보여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조용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봄은 여름보다도 더욱 설레이는 계절인가 보다.
요즘 사회 여러 곳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혁신적인 인물들이 등장하고, 때로는 파격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인물들도 있다. 이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말들이 있으나, 기대가 큰 만큼 여러 소리가 있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가만히만 있어도 눈에 띄고, 조용히만 있어도 귀에 들리는 그들의 소리가 북적거림으로 더욱 요란하게 들릴 때도 있다. 각자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아우성이 결코 감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또한 아무리 요란한 색깔로 포장을 해도 살짝 보여주는 새싹의 아름다움보다는 못하다. 아마도 거기에는 수줍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당함이 강조되는 요즘 세상에 수줍음은 구시대의 유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수줍음에는 절제와 배려가 있다. 있는 것을 다 드러내고, 그 이상으로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몸부림에도 조심스러운 절제가 필요하다. 또한 절제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주고 인정하는 배려가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된다.
봄의 소리는 결코 크지 않으나 생명을 다시 깨운다. 소리없이 찾아와 수줍게 보여주는 봄 나무의 새싹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교정 구석구석에서 낯설음을 털어 버리려는 새내기들의 맑은 모습에서 우리는 미래를 본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하게 다가와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봄의 느낌을 들어보자. 바로 그 느낌 속에 세상을 바꾸는 삶의 지혜가 들어 있음이다.
<이연택(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