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후반 가계저축률은 24.7%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3저 효과에 올림픽 개최 등으로 경기가 호황이던 터라 가계마다 돈이 넘쳤다. 저축 강국이라는 표현이 빈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0년 들어 경기 하강으로 저축률이 20% 이하로 떨어지더니 2000년에는 8.6%, 2011년에는 2.7%까지 추락했다. 압축성장만큼이나 저축 여력도 빨리 고갈돼 이제 가계 저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소득증가세가 둔화된데다 자산버블 시기에 너도나도 빚을 져 아파트 등의 투자에 나선 것이 결정타였다. 저축률 급락이 기업 투자재원과 소비의 동반 감소로 이어져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바닥을 헤매고 있는 저축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은행ㆍ보험ㆍ저축은행 등 금융권역을 대표하는 협회가 손잡고 '저축 권장하기' 캠페인에 나선다. 개별 금융회사 차원이 아닌 협회들이 저축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은 1980년대 이후 30여년 만이다.
저금리가 심화하면서 저축 유인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도 엉덩이 무거운 협회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ㆍ금융투자협회ㆍ생명보험협회ㆍ손해보험협회ㆍ저축은행중앙회는 설 연휴 직전인 8~9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역과 터미널 주변에서 저축상품을 소개하는 홍보물을 배포한다. 신한은행ㆍ국민은행ㆍ삼성생명ㆍ한화생명 등 대형 금융회사들도 저축상품 홍보에 나선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1월 말 금융 당국이 내놓은 중소기업 및 서민 특별자금 지원 방안 중 하나로 보면 된다"며 "서울역을 비롯해 용산역,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동서울터미널 등에서 저축 상품을 안내하는 자료를 10만장 정도 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과세상품 홍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오는 3월부터 출시될 재형저축이 급여소득 5,000만원 이하면 분기별 300만원 이내에서 가입 가능하며 연금 저축 한도가 연간 1,800만원으로 올랐다는 점 등이 집중 소개 대상이다. 단독 실손의료보험 등도 홍보가 덜 된 만큼 적극 알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벤트성 행사로 저축률을 끌어올릴 수 있겠냐는 냉소도 나온다. 저축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가계가 많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