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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은 오치균(57)의 감을 두고 '감들은 등불이 켜지듯 나뭇가지에서 스스로 발화하는 빛처럼 켜져 있다'라고 했다. 새파란 하늘을 향해 꿈틀대며 용솟음치는 나뭇가지 사이로 탐스러운 모습을 드러낸 오치균의 감은 마치 타오르는 듯 차가운 어둠을 밝히고 덥히는 빛 덩어리 같다. 오치균에게 '감'은 어린 시절 생활고를 이겨내려고 앞마당에 떨어진 감을 주워다 팔던 그립고도 고통스러운 추억이자 작가로서 본격적인 삶의 신호탄이었으며 그림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지펴주는 자신감의 결실이다. 감은 앞으로 작가로 살아가는 외로운 길을 밝히는 등대의 빛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렇기에 육신의 에너지를 모아 화폭 위에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찍어낸 오치균의 감은 유독 등불처럼 뜨겁고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