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구당권파 저항에 맞서 비례대표 총사퇴를 관철시키는 일만 해도 힘에 부친데 검찰의 압수수색은 물론 새누리당의 이석기ㆍ김재연 제명 추진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기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임시' 당 대표가 감당하기에는 하나하나 벅찬 일들이다. 결국 강 위원장의 입에서 "당 안팎으로부터 (쇄신의) 발걸음에 추를 달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는 말이 나왔다.
진보당 '정치검찰 진보탄압 대책위원회'는 24일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는 내용의 준항고를 제기했다. 준항고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구금ㆍ압수 또는 압수물 처분에 이의가 있을 경우 관할 법원에 취소ㆍ변경을 청구하는 제도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준항고 제기와 더불어 현재 검찰이 서버를 이미징(복제)하는 작업에도 적극 변호사가 입회해 수사에 필요한 부분을 넘어서는 작업에 대해 감시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대검찰 투쟁에는 구당권파 측 당원비대위도 참여한다.
하지만 혁신비대위와 구당권파가 힘을 합치는 공간은 대검찰 투쟁뿐이라는 데 강 위원장의 답답함이 있다. 강 위원장은 '검찰 압수수색으로 당이 더욱 큰 위기에 빠진 만큼 비례대표가 사퇴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구당권파 측은 이에 대해 여전히 꿈쩍도 않는다.
구당권파 측 당원비대위의 김미희 당선자는 "당의 생사존명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례대표 사퇴를 권고하고 '최후의 수단(을 쓰겠다고)' 운운하는 것은 혁신비대위가 할 말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사퇴 시한으로 제시한 25일 정오 전까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 '마지막 호소'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불가 입장을 천명한 이ㆍ김 당선자들의 스탠스 변화 가능성은 없다.
새누리당의 공격도 강 위원장이 피로를 호소하는 부분이다. 새누리당은 이ㆍ김 당선자를 '종북 추종자'로 규정,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들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의원직 제명은 전체 재적의원(300명) 중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부분인 만큼 민주통합당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한다.
강 위원장은 "당 전체가 책임져야 할 부실ㆍ부정의 빚을 비례후보들에게 함께 져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지 사퇴를 거부하는 분들이 국회의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누리당의 제명 제의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으로서는 "새누리당의 제명 제의는 실정법에도 맞지 않고 위헌 소지도 다분하다"고 한 민주통합당의 공식 입장 발표가 유일한 위안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