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투자협정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스크린쿼터제와 관련, 미국측에 양보할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영화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배우협회 등 영화단체 소속원들과 전국 영화학과 교수, 학생 등 500명은 1일 오후 1시 광화문 빌딩 앞 인도에서 「한국 영화 죽이기 음모 규탄대회」를 열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까지 가두시위를 벌인뒤 오후 4시부터는 명동성당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영화인들은 이날 배포한 성명을 통해 『국민의 정부가 한국영화를 죽이려한다』며 『우리는 미국의 문화패권주의에 맞서 자국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전세계 영화인들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밝혔다.
영화인들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미투자협정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문화산업 예외조항을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통산부등 7개 부처 합동대표단은 지난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투자협정 제3차 실무협상에서 스크린쿼터제 완전폐지를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에 대응, 현재 최소 106일로 규정되어 있는 극장의 한국영화 상영일수를 대폭 줄일수 있다는 타협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제4차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의 요구대로 스크린쿼터제의 대폭 완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이것은 스크린 쿼터제의 완전폐지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외국과의 투자협정시 채택하고 있는 자국의 협정표준문안 6조A항은 『자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사용을 강제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화도 엄연히 상품인만큼 국산영화 상영일수를 강제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게 미국측의 논리인 것이다. 미국은 이제까지 40여개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하면서 한번도 투자협정 표준문안에 문화산업 예외조항을 인정해준 경우가 없었다.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