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홉스봄이 본 국가 역할은

■ 재평가 - 읽어버린 20세기에 대한 성찰
토니 주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역사학자 이이화가 지적했듯 역사는 그저 '흘러간 물'이 아니다. 그 속엔 사회의 방향성이 있고, 정체성이 있다. 인류가 끊임 없이 역사를 연구하고,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역사학자 토니 주트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여러 잡지에 발표한 글을 모은 일종의 '서평 모음집'이다. 12년의 집필 기간 동안 저자가 재평가한 영역은 방대하다. 알베르 카뮈, 한나 아렌트, 에드워드 사이드, 루이 알튀세, 에릭 홉스봄 등 지식인부터 프랑스, 영국, 벨기에, 루마니아,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 미국의 대외 정책 등을 20세기 주요 이슈를 통해 저자는 사상의 역할과 지식인의 책임, 국가의 역할을 조명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대인을 대신해 박해 받는 소수 민족, 공격에 취약하고 굴욕을 당한 나라 없는 소수 민족의 유일한 상징이 됐다."(17장. 성장하지 못하는 나라) "미국에서 자유주의의 자신감이 무너진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한편으론 1960년대 세대의 잃어버린 환상이 가져온 후유증이다. 청년기에 급진적 묘책을 신봉했다가 물질적 부의 축적과 개인의 안전이란 최우선의 관심사로 퇴각한 결과였다."(22장. 양들의 침묵 : 미국 자유주의의 이상한 죽음에 대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이념갈등, 대공황과 두 번의 세계대전, 인종 청소와 대학살, 공산주의 몰락까지. "20세기가 인류에 남긴 감상은 재앙에 가깝다"는 저자는 너무도 빨리 변하는 세계 속에 빠르게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과거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미래를 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20세기 굵직한 사건과 이슈, 인물에 대한 저자의 색다른 평가가 돋보인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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