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연대초 부진극복 멀티미디어사업 강화/법인PC시장공략 주력 3년내 ‘세계 3위’ 야심/2000년까지 인력 5,000명수준 축소 계획도일본의 전자업체 도시바(동지)사가 90년대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면서 디지털 등 첨단기술분야에서의 선두탈환에 나섰다. 도시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간관리층을 줄이는 조직 슬림화와 관료주의문화 탈피 등 대대적인 내부 혁신을 시작했다. 또 멀티미디어와 데스크톱 사업을 강화하고 해외생산을 확대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지는 최신호에서 『도시바는 2000년까지 세계 3위의 컴퓨터 업체로 도약하고 21세기 디지털시대를 맞아 이 분야의 세계 선두가 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0년대 세계기술시장에서 경계의 대상이었던 도시바는 지난 수년간 세계 첨단기술업계에서 위상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4백60억달러의 매출에 5억5천9백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도시바는 97회계연도에는 엔화 하락에도 불구, 순익이 6%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자산대비 이익률은 5.4%로 세계 최일류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24%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올해도 지난 2·4분기까지 미국 휴대용컴퓨터시장에서 도시바는 저가정책의 미국업체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24.4%에서 17.8%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니시무로 다이조 사장은 이처럼 허약해진 사업구조에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 명예 회복를 벼르고 있다. 세계최경량 미니 컴퓨터 「리브레토」, 이동네트워크 컴퓨터, 인터넷상 뉴스서비스를 위한 개인 디지털 어시스턴트 등의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소사업체 「AD―I」의 설립도 그의 아이디어. 그는 『21세기에 도시바의 우위를 보장하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신기술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도시바가 추진하고 있는 조직혁신은 사람은 많지만 수직적인 구조때문에 사업부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대기업병을 치유하기 위한 것. 특히 미국식의 대량감원보다는 중간급의 고참관리자 수를 줄여 조직을 단순화, 수평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6만3천4백명에 달하는 인력을 2000년까지 5천명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디지털기술을 중심으로 멀티미디어 사업 등 유망한 수종사업을 확보하는 것이 도시바의 핵심전략이다. 도시바가 이미 지난 90년대초부터 가장 먼저 개발에 뛰어들어던 DVD사업은 그동안 기술표준화를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됐지만 앞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제품에 DVD를 채용, 도시바가 지배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신수종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 90년대 랩탑컴퓨터를 중심으로 회사최대의 수익사업인 PC사업도 재검토대상이다. 현재 세계 6위의 PC메이커에서 2000년까지 세계3위로 도약한다는 목표아래 데스크톱에서 랩탑에 이르기까지 전기종의 PC제품을 선보이고 이에 덧붙여 수익성이 좋은 인터넷 서버 등의 판매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DVD드라이브를 채용, 좋은 평판을 받았으나 실패했던 가정용 고급 멀티미디어PC인 「인피니아」의 경험을 살려 개인용 PC보다는 마진이 좋은 법인 PC시장에 전략을 맞추고 있다. 특히 미국업체들에 맞서 전체 데스크톱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문제를 검토할 정도다.
반도체 사업분야는 리스크 회피를 위해 해외업체와의 제휴에 적극적이다. IBM·시멘스 등과 비용을 분담, 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은 연구·개발(R&D)비용을 줄이면서 한국과 대만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경쟁격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첨단기술업계의 대명사였던 도시바가 미국업체에 빼앗겼던 기술 주도권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문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