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또 한 번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수입차 시장을 호령해온 '독일차'의 아성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폭스바겐 사태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디젤 승용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독일차'의 입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 8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폭스바겐·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 비중이 74.6%에 달할 만큼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8월까지 누적 점유율도 독일차(69.2%)가 가장 많았다.
유독 한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일본차 비중은 11.6%에 머물러 있다. 특히 8월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는 폭스바겐의 '파사트 2.0 TDI'로 854대가 팔렸다. 2위는 아우디 'A6 35 TDI(795대)', 3위는 폭스바겐 '골프 2.0 TDI(740대)'였다. 모두 폭스바겐그룹 차량이다.
폭스바겐은 물론 BMW와 벤츠는 폭증한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8월까지 누적 수입차 판매량은 15만8,73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증가했다. 특히 BMW는 6월 월 판매량 5,744대를 기록하며 단일 브랜드 최초 월 판매 5,000대를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독일차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 렉서스·혼다 등 일본차가 호령하던 국내 수입차 시장이 독일차로 재편된 것처럼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실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보유했던 독일차는 최근 들어 60%대로 내림세 나타내고 있다. 대신 푸조·시트로엥(프랑스), 재규어·랜드로버(영국) 등 비독일차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푸조·시트로엥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실적을 거두며 비독일차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처음으로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른 폭스바겐의 입지는 전 세계적으로 위태롭다. 25일 모건스탠리는 "이번 디젤차 조작 파문으로 내년에 폭스바겐의 차 판매가 최대 40만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 등을 보유한 폭스바겐그룹이 올 상반기에 판매한 차량은 504만대. 도요타를 2만여대 차이로 제친 폭스바겐은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0.1%와 13%씩 늘었다. 폭스바겐이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올 상반기가 최초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은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이 세계 차 판매 1위 자리를 다시 도요타에 내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이번 조작 논란으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회사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 스티브 맨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폭스바겐의 판매가 매우 약하고 도요타는 상대적으로 탄탄해 폭스바겐이 1위 자리를 잃을 위험은 이미 있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