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가계대출 등을 받을 때 적용하는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금융회사들이 담합했다면 이건 정말 경악할 일이다. 금융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초래할 파멸적 사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제로 그런 혐의를 두고 증권사와 은행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증권사들 자체적으로, 더 나아가 은행권과 모종의 커넥션을 가지고 CD 금리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최근 세계 금융계를 뒤흔들고 있는 리보 조작 파문을 방불케 하는 악질적 금융사기로서 국내 금융권이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CD 금리가 시중금리 하락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더러 객관성을 갖추지도 못했다는 지적은 일찍이 제기돼왔다. CD 발행규모 자체가 작은데다 10개 증권사가 주먹구구식으로 보고한 것을 사후검증도 없이 단순 집계하는 방식이어서 구조적으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주체들이 거래 없이 호가만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기준금리가 내려도 CD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런 금리역진은 은행들의 대출수익을 몇 갑절로 높여준다.
담합 여부는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일방적으로 은행에 유리한 구조로 운용돼온 현행 대출금리 결정구조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운데 CD 금리 연동대출은 300조원에 육박한다. CD 금리의 문제점이 오래 전부터 드러났음에도 은행들은 CD 연동방식을 끈질기게 고수해오며 자신들의 금리부담을 고스란히 대출고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CD 금리조작 의혹은 한 점의 의심도 남지 않도록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금리를 조작하는 행위는 시장자본주의를 뿌리째 뒤흔든다는 점에서 최고수준의 강도로 철두철미한 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증권사와 은행들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당국의 조사에 반발해 보고를 거부하는 등 보이콧을 하는 것은 국민의 의심만 가중시킨다.
차제에 CD 금리를 대체할 기준금리 개발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객관적이면서 시장친화적인 기준금리를 몇 종류 개발해 은행별로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