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주기술 개발 정책에 대하여


이우섭


인류 우주기술 개발의 역사는 과거 냉전 시대 미국과 옛소련이 상호 과학기술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진행됐다. 이를 위해 국가적 지원을 받아 달 착륙이라는 중요한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여기서 개발된 기술은 항공·에너지·전자공학·기계공학 기술의 진보를 이끌며 우주기술 개발에 매진한 나라들의 군사력·경제력 발전에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냉전 시대가 종식되면서 국가 간 이념에 의해 주도됐던 1차 달 탐사기술 개발 시대는 마감됐다.

국력 척도이자 경제적 효율성도 커

이러한 달 탐사 기술 개발의 흐름은 2000년대에 들면서 다양한 국가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시기에 가장 독보적인 기술 발전을 이룬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2013년 12월14일 창어(嫦娥) 3호를 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탐사 로봇(로보) 옥토끼(玉兎)호를 달 표면에 운용시켜 세 번째 달 착륙 국가이며 세계 3대 우주강국으로 부상하게 됐다. 또 인도와 일본은 찬드라얀 및 SELENE로 명명된 달 탐사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전통적 우주기술 개발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도 무인 달 탐사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이러한 기술개발의 배경에는 달 탐사가 경제적 관점에서도 효율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달 표면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헬륨3 등 희귀광물은 핵융합 등의 중요한 원료로 이러한 광물자원 확보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기술 개발과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이 주축이 돼 준비해왔으며 오는 2017년까지 자력 달 탐사 기술 기반을 확보하고 2020년 한국형 발사체를 활용해 달 궤도선과 달 착륙선을 달에 보내는 한국형 달 탐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는 그동안 인공위성 개발과 발사체 개발 기술로 확보된 우주탐사 기반 기술을 달 탐사라는 구체적인 목표로 통합시킴으로써 지난 20년간 패스트팔로로서 선진국의 우주기술을 빠르게 따라온 한국이 퍼스트무버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발전 단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한 단계에 있는 한국 달 탐사 기술 개발 예산은 아직 확보된 상황이 아니다. 현재는 KIST가 포함된 출연연구기관협의체에서 기관별 자체 예산을 투입해 기반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상황이다. 특히 KIST에서 최근 발표한 달 탐사 로봇의 개념 검증 모델은 달 표면 이동 로봇의 기구부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 결과이며 현재 도출된 연구성과도 의미가 있으나 실제 달 탐사 로봇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연구비와 인력투자가 필요한 중요한 단계다.

장기적 비전·의지 갖고 추진해야

한 나라가 소유한 우주기술 개발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력·과학기술력·군사력 등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척도다. 또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상징적이고 희망적인 척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우주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단기적 경제논리로만 평가받기보다는 장기적 비전과 의지가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결정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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