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 조봉암, 52년만에 간첩 혐의 무죄

헌정 사상 첫 ‘사법살인’ 희생자로 꼽히는 진보당의 죽산 조봉암 선생이 52년 만에 누명을 벗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조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보당은 사회적 민주주의 방식에 의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ㆍ수정하려 했을 뿐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보당의 평화통일론이 북한의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이라고 볼 아무런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 선생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광복 후 국회의원과 농림부장관 등을 지내고 진보당을 창당하는 등 정치인으로 활동했으며 1952년과 1956년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맞서 80만표와 200만표를 얻었지만 낙선한 바 있다. 1958년 간첩죄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으나 2심과 3심에서 각각 사형이 선고됐고 1959년 7월 재심 청구가 기각되면서 그 해 곧바로 사형이 집행됐다. 이에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2007년 9월 조봉암 선생의 사형 집행을 `비인도적, 반인권적 인권유린이자 정치탄압'으로 규정했으며 유족이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이 2년여의 심리 끝에 지난해 10월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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