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7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추가 감염자 발생은 피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유럽의 에볼라 공포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주전너 여커브 WHO 유럽 지역 책임자는 이날 "유럽과 서아프리카 내 에볼라 감염국 간에 왕래가 잦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감염자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유럽은 에볼라 같은 병에 대한 대응체계가 잘 갖춰져 현 단계에서 에볼라 확산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날 이미 스페인에서 에볼라 감염자를 치료하던 간호조무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민간인 3명이 격리 수용된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은 에볼라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공동 발견한 영국의 피터 피엇 박사는 WHO 전문가 회의에서 "스페인 간호사의 감염이 놀랄만한 일이 아니며, 의료진은 조그만 실수에도 에볼라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감염자가 발생한 스페인에서는 에볼라에 감염된 간호조무사가 근무한 수도 마드리드 교외 알코콘 지역을 중심으로 에볼라에 대한 불안이 퍼지고 있다. 알코콘에 거주하는 엘레나 펠리컨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에볼라에 감염된 간호조무사가 우리 주변 어디에서 며칠간 머물렀는지도 전혀 모른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한 뉴욕타임스(NYT)는 "현지 의료종사자들은 에볼라 환자를 다룰 적절한 교육도 받지 못했고 장비 제공도 받지 못했다"며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서 스페인 정부에 해명을 요구한 상황"이라고 전하는 등 스페인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도 강하다. 이미 격리 수용된 간호조무사의 남편은 현지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 아내는 시키는 대로 했는데 어떤 경로로 에볼라에 감염됐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인 40대의 라이베리아 출신 토머스 에릭 던컨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신장투석을 받고 있으며 여전히 위독하지만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댈러스 지역 내의 에볼라 확산에 대한 불안은 여전해 던컨이 살던 아파트 주민 중 일부가 에볼라 전염에 대한 오해로 직장에서 쫓겨났다고 지역 언론 댈러스모닝뉴스가 보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국가에서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에게 미국 입국 때도 체온검사를 도입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백악관이 전날 언급했던 새로운 에볼라 진단 시스템의 일환이다. 영국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주재로 국가위기시 소집하는 '코브라 회의'를 8일 열어 에볼라 전염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