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00세 시대] '은퇴숲' 가꾸기

돈만 모으는 계획은 황량한 땅과 같아… 건강·여가 등 '아름다운 숲' 만들어야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장마철이 한창이지만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많이 사라지면서, 우리 인간이 인공적으로 산을 깎지만 않으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사태는 많이 줄었다. 이에 따라 1961년 이후 공휴일로 이어져오던 식목일이 지난 2006년에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만큼 우리나라 산림이 굳이 놀면서까지 나무를 심지 않아도 이제 충분히 녹화가 이루어졌다는 뜻일 것이다. 식목일의 공휴일 제외와 함께 밤나무 같은 수실류 재배나 벌목, 채취 등 임업을 주업으로 하는 가계의 평균자산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점 역시 산림녹화 진전의 한 단면일 것이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자산이 3억 1,000만원 수준이지만, 임업을 주업으로 하는 가계의 평균자산은 3억 7,000만원을 넘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땅에 대한 집착이 유별났다. 기본적으로 땅 한 덩어리만 있으면 평생 온 가족이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으니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100세시대를 계획하고 준비하는데도 땅은 꼭 필요하다. 여기서 땅은 물질적인 진짜 땅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생활의 기본 토대가 되어 줄 재무적 수단의 상징적 의미에 더 가깝다. 행복하고 안락한 노후를 계획하는데 있어 땅처럼 평생 먹을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재무적 준비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땅만으로는 왠지 부족하고 허전하다. 사람이 밥만 먹는다고 행복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땅이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줄 수 없는 것처럼, 단지 돈만 잔뜩 모으려는 노후준비 계획은 노년에 행복감을 줄 수 없다. 돈만 모으는 계획은 황량한 땅을 만드는 것과 다름 아니다.

땅을 준비함과 동시에 그 땅에 기대어 자랄 수 있는 나무도 심고, 예쁜 꽃을 피울 꽃씨도 미리 뿌려놔야 한다. 즉, 안정적인 재무적 토대 위에 행복감을 더해 줄 수 있는 건강과 관계, 일, 여가 등을 같이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땅이 재무적 토대라면, 그 위에 자라는 꽃과 나무는 비재무적인 푸른 숲인 것이다.

그러나, 숲이 푸른 것만으로는 좀 아쉽다. 이왕이면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꽃이 어울려 피어있는 아름다운 숲이면 더 좋다. 우리나라 산림이 오랜 노력 끝에 푸르게는 됐지만, 특정 수종이 지나치게 많이 심어져 있는 등 그 효용성이나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한다. 녹화에 급급한 나머지 미래에 대한 구상없이 무턱대고 나무를 심은 결과다.

'은퇴 숲'을 가꾸는데 있어서도, 그저 푸르기만 한 일개 야산이 아니라 건강, 관계 등 다양한 비재무적 요소들이 골고루 고려된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야 한다. 즉, 다양한 수종과 지형을 고려해 녹화를 하듯, 자신의 성향과 여건 등을 고려해서 계획적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저 푸르기만 한 야산이 아니라, 휴식과 아름다움, 청량감을 안겨 줄 수 있는 나만의 아름다운 수목원을 가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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