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전력 당국

전력 피크시즌도 안됐는데 사용량 연간 최대치 치솟아
발전소 최고출력 유지 불구 이달 중순·설 이후가 고비… 강추위땐 블랙아웃 불보듯


일반적으로 전력 피크는 1월 중순께 찾아온다.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전력 사용이 연간 최대치로 치솟으면서 전력 당국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5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7,220만kW(오전10시)로 예비율은 9.5%를 기록했다. 전날 전력 수요가 7,286만kW까지 치솟으며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다행히 소폭 줄었다. 전날보다 기온이 다소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라도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면 곧바로 예비율이 뚝 떨어져 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천수답식 전력난'은 여전하다.

동계전력 수급 비상기간(12월5일~2월29일)이 시작된 지난달 5일부터 한 달간 평균 전력 사용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에 달해 전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갖은 대책을 내놓았던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력 사용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강추위에 따른 겨울철 최고 전력 피크 시즌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겨울철 전력 피크일을 보면 매년 1월12~13일, 또는 17일 등 1월 중순에 몰려 있다. 이 기간 기온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설이 평년보다 이른 이달 하순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연휴 이후 전력 사용 급증도 예견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ㆍ15 정전사태(블랙아웃)의 경우 추석 연휴가 끝난 이틀 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 설 연휴 이후 강추위가 닥치면 전력 사용이 한꺼번에 급증하면서 지난번과 같은 수급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자 발전소들은 출력을 최고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도 난방온도 제한 단속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국내 원전 21기 가운데 예방정비 중인 2기를 제외한 19기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이달까지 전력 사용이 많을 것으로 보고 정비계획도 다음달 이후로 최대한 미뤄놓았다.

아울러 국내 화력발전소는 발전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열량탄의 사용 비중을 이전보다 10~15%포인트가량 높였다. 일부는 전체 발전용 탄의 60%가량을 고열량탄으로 교체했다. 국내 한 발전회사 관계자는 "고열량탄은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발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 올겨울에 적극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정부는 다음주 중 난방온도 단속을 다시 강화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연말 경기를 감안해 단속의 끈을 늦췄지만 본격적인 전력 피크기가 다가오자 단속 강화에 나서는 것이다. 난방온도 제한이 시행된 지난달 15일 이후 전국에서 모두 370건의 경고장이 발부됐으나 아직 과태료가 부과된 적은 없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다음주 중 지자체와 함께 다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제부터는 난방온도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곳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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