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적으로 복제 불가능한 인공지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권성훈 교수와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박욱 교수팀은 24일 고분자물질을 이용해 사람 지문처럼 똑같이 복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인공지문을 수십∼수백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로 만들어 복제방지를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위조방지를 위해 상품 표면에 붙이거나 상품 속 내용물과 섞어서 사용하는 다양한 마이크로식별자가 개발됐지만 기존 마이크로식별자들은 바코드처럼 예측이 가능한 코드 부여방식이어서 쉽게 복제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체 고유의 특성을 코드로 활용하는 위조방지 기술도 개발됐지만 코드 해독방식이 까다롭거나 다양한 상품에 적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고 원하는 대로 코드를 조절할 수 없어 목적에 맞는 식벽자를 다양하게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효과적인 위조방지를 위해 사람 지문을 모사해 복제가 불가능하면서도 코드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인공 미세지문’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물질이 건조될 때 수축하는 성질을 이용해 복제할 수 없는 미세지문 무늬를 만들었다. 폴리에틸렌글리콜디아실레이트(PEGDA)라는 고분자 물질에 자외선을 쏘여 적당히 굳게 하고 그 위에 실리카 코팅을 해서 건조하면 마르는 과정에서 실리카 코팅에 접한 면과 반대쪽이 줄어드는 정도가 달라 지문 같은 주름이 형성된다.
이렇게 만든 각각의 인공지문은 주름 형성과정에서 무작위로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똑같은 위조품을 만드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또 고분자 입자의 물성을 이용해 주름을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 패턴의 무작위성은 유지하면서도 보안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이 끊어지고 갈라지는 특징점(minutia)의 단위면적당 개수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런 인공지문은 현재 지문인식에 사용되는 기기를 이용해 읽어낼 수 있고 보안 특성에 따라 높은 사양의 현미경부터 휴대전화 카메라 등 다양한 장치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실용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박욱 교수는 “인공지문이 지폐, 제약, 고가의 귀중품 등에 다양하게 활용돼 위·변조 행위를 원천적으로 근절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문 패턴을 더 간단한 광학 장치로 분석할 수 있게 하면 3년 내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25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된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