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날개 단 컨테이너선, 멈춰 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3년 불황 끝내고 쾌조. 벌크선은 중국 긴축, 이상 기후에 흔들


국제 해운업계에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산품을 주로 운반하는 컨테이너선은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잔칫집 분위기인 반면 석유와 곡물 등을 주로 운송하는 벌크선은 중국의 긴축 정책과 이상 기후 등의 악재가 겹치며 울상을 짓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 지형이 바뀌면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실적 곡선도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선 업체들의 평균 수익률은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에 힘입어 전년대비 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벌크선의 경우 과잉공급으로 인한 운임료 하락으로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선이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다시 날개를 단 것은 미국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면서 신흥국들이 미국으로 공산품 수출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만 해도 300대에서 머물던 HR 용선지수(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지난 달 800선을 돌파하며 850.6을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1월 “지난해부터 미국 소비 시장이 다시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글로벌 수출 시장과 컨테이너 업황도 활기를 띨 것 ”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선박을 운용하는 업체들도 금융시장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다수의 컨테이너 선사들이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17대의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의 GSL은 지난 달 채권 발행을 통해 5억 달러를 무난히 조달했다. 홍콩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오리엔트의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2년 전 대비 281%나 치솟았다. 반면 벌크선은 세계 최대 경제 기관차이자 ‘원자재 블랙홀’ 이었던 중국이 긴축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운항 횟수가 줄면서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통신은 “중국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철과 같은 건축 자재 수입량을 줄이면서 멈춰 있는 벌크선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 이상기온이 확산되면서 벌크선 경기 불황을 부추기고 있다. 라니냐와 같은 기상 이변으로 주요 석탄ㆍ철광석 공급지인 호주 등지에 폭우가 몰아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자 벌크선 운항 횟수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주요 곡물 생산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극심한 가뭄으로 밀 수출을 제한한 것도 운항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벌크선 운임료가 최고치에 달했던 지난 2008년 이후 해운업체들이 너도나도 벌크선 건조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 문제까지 겹쳐 운임료도 수직하강 하고 있다. ‘벌크선 버블 붕괴’가 본격화 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에 따르면 국제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지난 2008년 정점을 찍은 후 89%나 떨어졌다. 운임료 하락은 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된다. 그리스 소재 해운 중계 업체 골든 데스티니의 마리아 베르텔레토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몇 년간은 컨테이너선이 해운업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곡물과 원자재 물동량이 증가할 수 있는 경제 조건이 만들어져야 벌크선이 기지개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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