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보도 공약도 모르는 깜깜이 지방선거 우려된다

6·4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도 공약도 모르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사회 분위기가 가라앉은데다 뒤늦은 후보 공천으로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저조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봐도 각 정당의 공약은 물론 출마 후보조차 모르는 유권자가 태반이다.

지난 20~21일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당 및 시도지사의 공약을 '잘 모른다'는 유권자가 82.2%에 달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부산시 교육감 선거 후보 7명의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름·무응답'이 45.8%에 달했다고 한다. 공약이 뭔지, 누가 출마하는지를 모르니 누구를 찍을지 제대로 판단할 수나 있겠는가. 이대로 가다가는 후보자의 면면이나 공약의 타당성을 검증하지 못한 채 투표장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 투표용지에 이름이 게재된 순서가 당락을 가르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아직 투표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최소한 '깜깜이 선거'에서는 벗어나야 할 것이다. 우선 후보자들은 초조한 나머지 흑색선전이나 탈·불법에 기대려 하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자세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유권자도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나 각 후보 블로그, 선거 공보 등을 참고해 후보자의 정책과 인간적 됨됨이를 꼼꼼히 살펴 냉정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묻지마 투표'로 인한 잘못된 선택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에서는 4년간 지역민의 삶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다. 유권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현명한 결정만이 자기 지역의 복지와 환경 개선을 가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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