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과학문화 활성화 의지 있나


"연구결과를 알리기 위해 과학 전시회에 참여해도 기관 이름을 걸고 홍보한다는 이유로 부스 안내 아르바이트조차 과학문화활동비로는 구하지 못해요. 과문비로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거의 없으니 연구 현장에서는 '이 자금 도대체 왜 만든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집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정부 출연연구기관 관계자가 푸념한 내용이다.

과문비 사용에 대한 답답함을 표현한 것은 비단 이 기관뿐이 아니다. 요즘 어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출연연 관계자를 만나더라도 과문비는 늘 화두에 오른다. 과문비의 사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뚜렷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허구한 날 규제 대상으로만 지적되니 나오는 반응이다.

과문비는 연구원들이 개별적으로 대국민 과학 홍보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든 자금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문화 확산'이라는 확실한 목적을 띤다. 그러나 연구 단위별로 수십만원 수준으로 쪼개진데다 연구개발자들이 홍보 전문가도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기관의 대처는 더 큰 문제다. 이유는 "어떻게 하면 이 자금을 목적에 부합하도록 유용하게 쓰이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방만 경영의 한 축'이라는 관점에만 집중되고 있어서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어 자금 용처가 연구성과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몰아붙이면 출연연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지난 16일부터 기초기술연구회와 일부 출연연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래부 특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도 마찬가지다. 출연연 입장에서는 과학 연구성과 알리기라고 생각하고 집행했던 자금들이 대부분 "연구와 직접적으로 무관하다"며 지적 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과문비가 정말 과학기술문화 확산이라는 좋은 목적을 갖고 도입됐다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해당 분야를 맡고 있는 정치인들까지 말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가이드라인 적용 없이 '규제의 칼'만 들이댄다면 과학문화 진흥이라는 목표가 퇴색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정보산업부=윤경환 기자 ykh22@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