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외화차입 막을 방법 많다"

權부총리, 실질대책 검토 시사…직접규제는 안할듯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을 중심으로 급증한 단기성 외화차입에 대해 “억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ㆍ통화당국이 단기외채 급증에 대해 실태파악이나 물밑 행정지도에 나선 적은 있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실질적인 대책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달 말 단기 외화차입을 규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콜금리가 5%대로 폭등하고 외은 지점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리는 등 단기 금융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제40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일본 교토를 방문 중인 권 부총리는 6일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의 단기 외화차입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며 “정부는 외은 지점의 단기 외화차입을 제어하기 위한 여러 실질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단기 외화차입의 급증 원인과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고 각 상황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권 부총리가 “모든 것은 시장친화적이고 현 체제에서 허용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고 선을 그어 외은 지점의 외화유동성이나 외화차입금 총액에 대한 제한 등 직접적인 규제 카드를 꺼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상식수준을 뛰어넘는 거래에 대해서는 직접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지난달 한국은행은 실수요가 동반되지 않은 일부 기업의 선물환 매매를 ‘환투기’라고 규정한 바 있다. 외형상 합법적인 거래이지만 관련 기업과 공조를 통해 위법 요소를 적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장에 단기외채 규제에 대한 정부 의지를 명확하게 전달해 환율 안정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일부 외은 지점에 대한 감독당국의 모니터링 강도를 한 단계 더 높이는 한편 외국환거래법상 규정된 금감원과 한은의 공동검사 카드도 고려될 수 있다. 권 부총리도 단기외채의 급증을 새로운 외환위기의 징후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과잉 유동성이나 기업과 금융권 등의 쏠림현상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한편 권 부총리는 한은의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반대 입장과 관련, “지급결제의 안정성에 하자가 없도록 한은과 협의 중”이라면서 “한은과 크게 의견을 달리할 이유는 없고 실무적으로 협의가 근접해가고 있으니 좀더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고액권 발행이 시기적으로 늦지 않느냐는 질의에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화폐액면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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