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학연구원의 송봉근 박사팀의 천연도료는 전통 옻칠처럼 강도·내약품성·내열성·방오(防汚) 특성이 뛰어나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인 포르말린의 획기적 경감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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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 장벽이 매년 강화일로를 걷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통해 역내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 및 수입되는 화학물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이에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는 현 화학산업의 성장 패러다임에 대대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도료처럼 다량의 포르말린을 사용하는 페놀계 중합 공정에 의해 생산된 제품들은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잔류 포르말린 문제로 규제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료 업계가 친환경 천연도료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존 천연도료는 식물성 건성유가 주원료여서 표면 경도, 내약품성, 내수성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들 물성의 보완 없이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용도의 제한이 적지 않았던 것. 이 때문에 이를 개선한 새로운 제품 개발이 요구돼왔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 산업바이오화학연구센터의 송봉근 박사팀이 개발한 천연도료가 바로 그런 제품이다. 포르말린 대신 견과류인 캐슈넛 껍질 기름에 바이오촉매와 산화제를 첨가해 실온에서 제조했다. 그럼에도 강도ㆍ내약품성ㆍ내열성ㆍ절연성ㆍ방오(防汚) 특성이 매우 우수하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전통기법 '옻칠'이다. 옻칠이야말로 내부식성ㆍ방소성ㆍ항균성ㆍ절연성ㆍ내구성 등 도료가 가져야 할 거의 모든 물성을 지닌 천연도료이기 때문이다. 원료로 캐슈넛 껍질 기름을 택한 것도 이것이 옻칠 도료와 가장 유사한 화학구조를 지닌 탓이다.
특히 송 박사팀의 천연도료는 여러 번 덧칠이 필요한 옻칠과 달리 단 한 번의 도포만으로 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옻칠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개선한 셈이다.
송 박사는 "이 천연도료는 기존 도료나 옻칠에 비해 상온에서의 경화 속도가 빠르고 도막 강도도 뛰어나다"며 "사회적ㆍ환경적 문제가 되고 있는 포르말린의 획기적 경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캐슈넛 껍질의 경우에도 연간 약 100만톤이 생산되고 있어 원료수급이나 대량생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천연도료가 독일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이 제품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연간 약 150억원의 수입 대체 및 수출효과가 예상된다. 송 박사는 오는 2013년 이후에는 국내 목재용 도료시장에서만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송 박사팀은 이미 나노솔루션에 5억원의 정액기술료를 받는 조건으로 관련기술을 이전했으며 공동연구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상용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추가연구를 거쳐 현재 유럽에서 유해성 논란에 휘말려 있는 휴대폰 표면 코팅용 도료를 포함해 교량의 철재, 선박용 밸러스트 탱크 등 대형 구조물 부식 방지를 위한 중방식 도료 개발에도 연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