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멈춘 걸까. 25주만에 글로벌신흥시장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예산삭감(시퀘스터) 발동과 이탈리아 총선결과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가 잠시 위축됐을 뿐 글로벌 투자환경이 좋아지고 있어 위험자산 선호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가 집계한 해외뮤추얼펀드 가운데 일본제외신흥아시아펀드ㆍ라틴아메리카펀드ㆍ태평양지역펀드ㆍ유럽중동아프리카(EMEA)펀드 등 4개의 신흥시장 주식형펀드에서 9억2,600만달러의 자금이 빠졌다. 지난해 9월 미국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시작한 후 25주만에 자금유입세가 멈춘 것이다. 신흥국주식형펀드 가운데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의 순유입세도 2주전 16억9,200만달러에서 지난주 2억2,800만달러로 자금유입이 크게 약화됐다.
국내 증시가 포함된 4개의 펀드(일본제외신흥아시아펀드ㆍ인터내셔널펀드(주식형)ㆍ태평양지역펀드ㆍGEM펀드)에서는 자금유입세가 2주전 52억300만달러에서 지난주 26억4,100만달러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해외채권형펀드에서는 자금유입세가 지속됐다. 현대증권과 EPFR에 따르면 지난주 해외채권형펀드인 인터내셔널펀드(채권형)ㆍ이머징마켓펀드 등 5개의 펀드에 57억3,9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단기 유동자금의 은신처인 머니마켓펀드도 2주전 321억4,200만달러의 돈이 빠져나갔지만 지난주 다시 110만4,700만달러의 자금이 들어오며 순유입세로 전환했다.
이 같이 신흥시장주식형펀드에서 자금유입 흐름이 끊긴 것은 지난주 미국의 시퀘스터가 공식 발동되자 풍부했던 글로벌 유동자금이 글로벌 정치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안전자산으로 잠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막판 협상실패로 시퀘스터가 예정대로 발동되며 올해 말까지 미국 연방정부예산 가운데 850억달러가 자동삭감돼 회복세에 접어든 미국경기가 다시 위축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지난주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과반수를 획득한 정당이 선출되지 못하면서 연립정부구성이 난항을 겪으며 유로존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불거졌다.
이수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삭감예산 대부분이 국방비 등 재량적 지출감축이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겠지만 정치이슈와 관련된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 확대로 위험자산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글로벌 정치이슈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잠시 위축됐지만 아직 안전자산으로 투자심리가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화약세가 유지되고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경험적으로 볼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글로벌증시는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아직 안전자산으로 글로벌투자심리가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도 외국인자금의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시퀘스터에 따른 미국 경제성장률 하락 우려를 시장에서 오랫동안 대비해 글로벌 증시에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의 쇼크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화 대비 달러와 엔화 등의 환율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차익실현을 위한 외국인의 매도가능성이 낮아져 코스피지수는 반등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