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현역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민주당이 국정원의 댓글 의혹사건 등을 명분으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통합진보당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만큼 여야 대치상황은 좀처럼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8일 새누리당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충격과 공포'라고 평가하는 반면 민주당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정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석기 의원이 체제 전복을 위해 수년 동안 반(反)국가활동을 한 혐의에 대해 자료를 확보하고 내사했다고 한다"면서 "충격을 넘어서 공포감마저 든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어 "이 의원을 포함한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이 진정으로 떳떳하다면 압수수색을 방해하지 말고 검찰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주는 충격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철저하고 면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진보당 등의 지지계층이 민주당과 중첩되지만 민감한 국가안보 관련 사항이기 때문이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새벽부터 국정원이 이 의원 자택과 의원회관 사무실, 10여명의 진보당 간부와 시민단체 관계자의 자택,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면서 "국정원이 국회까지 들어와 현역 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하는 사태를 엄중히 지켜본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이 이처럼 신중한 입장과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도부가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개혁을 내세우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당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투쟁의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등의 혐의를 입증하게 되면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에 대한 여론 조성에 불리해지면서 장외투쟁의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민주당은 당분간 장외투쟁을 이어가되 진보당과 압수수색 상황에 대해 일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청와대와 여권을 향해 국정원 개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2012년도 결산 국회는 물론이고 당장 다음주부터 예정된 정기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진보당의 수사 발표 등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민주당이 나서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천막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진보당과 일정거리를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진보당은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진보세력에 대한 말살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정희 진보당 대표는 "부정선거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초유의 위기에 몰린 청와대와 해체 직전의 국정원이 유신 시대의 용공조작극을 21세기에 벌인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의 범죄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고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촛불의 저항'이 거세지자 촛불시위를 잠재우려는 공안 탄압"이라면서 "정당 해산을 들먹이며 진보세력을 말살하려 했던 집권세력의 정권 유지전략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