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ㆍ도봉ㆍ금천 등 3개 구는 부당하게 인상한 구의회 의정비를 환수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말썽 많은 지방자치제 전반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지방의회 의원의 불법적인 봉급인상에 철퇴를 가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한 지자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정착되지 못하고 난맥상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의원의 불법적인 의정비 인상은 난맥상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를 인상하려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는데도 제대로 실천한 곳이 거의 없다. 주민조사도 보수인상을 전제로 한 유도성 질문으로 채워졌다. 그나마 조사 결과도 조작하는 등 편법인상을 단행한 곳도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6년 주민소송제가 도입된 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민소송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많은 지자체가 소송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많은 구 주민이 의정비 인상에 대한 주민감사를 청구해놓은 상태다. 의정비 인상은 객관적인 평가기준에 따라야 하는데도 제멋대로인데다 100% 가까운 인상도 서슴지 않았다. 조례제정 등 의정활동을 활발히 했다면 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지자체 살림을 감시해야 할 의원이 이러니 지자체 살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자제 도입 이후 많은 지자체가 부패로 얼룩지고 호화청사 건설 및 인기영합 행정 등으로 주민의 불신을 산 지 오래다. 특히 1995년 6월에 실시된 지자체 단체장 선거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단체장과 의원이 각종 비리 등의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됐고 지금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의정비 환수 판결은 단체장과 의원들의 부패 및 각종 난맥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주민의 지자체 살림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져 주민소송제는 물론 주민소환제 활성화의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단체장 및 의원과 공무원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 지자제 정착에 앞장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