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월 14일] 행정구역 자율통합, 모범사례 만드는 게 중요

행정안전부가 주민여론조사를 거쳐 선정한 6개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 가운데 두 곳을 제외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율통합 대상이 며칠 만에 바뀐데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역구 의원들의 선거구와 겹쳐 있어 자율통합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자율통합을 많이 추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예산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의욕을 앞세우기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해서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선거구 등 정치적 문제가 걸려 있는 지역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자율통합의 순조로운 추진을 위해 오히려 잘된 일이다. 선거구 조정문제가 포함되는 지역의 통합이 진행되면 국회의 선거구 획정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 국회가 선거구 변화와 관련한 정치적 계산으로 '자율통합지원법' 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자율통합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고 이는 다른 지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행정구역 자율통합에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일부에서 지방의회에서 찬성할 경우 주민투표를 생략하기로 한 것과 여론조사 참여자 숫자가 지나치게 적다는 것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1,000명 정도라면 여론조사 방법론상 대표성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다만 시ㆍ군 통합 과정에서 지방의회가 찬성하더라도 주민들이 위헌신청을 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와 주민들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율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도리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지자체나 지방의회의 반발이다. 벌써부터 광역시 탄생으로 존재 의미가 줄어드는 경기도 등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자율통합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행정구역 통합과정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의 통합은 뒤로 미루고 가능한 곳부터 단계적으로 통합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이제 시작단계인 자율통합은 개수보다는 단 하나라도 모범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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