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한반도크기 50개민족, 지리요충지 무력충돌 지속

■카프카즈 지역은
현재는 석유 확보 놓고 서구-러 대결장으로


카프카즈(영어권 코카서스)는 러시아와 이란, 터키 국경지대인 카프카즈 산맥 일대를 이르는 말이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한 이 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지역이다. 한반도 만한 크기의 좁은 지역에 50여 개 민족이 존재하며 다양한 언어, 종교, 문화가 혼재돼 있다. 이 같은 다양성은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해발 5,642미터) 등 고산들이 즐비한 것도 있지만 중동과 유럽, 중앙아시아를 잇는 교통 요충지라는 지리적인 특성이 더 많이 작용했다. 역사적으로 카프카즈에서는 충돌이 빈번하게 벌어졌고 수 많은 왕국이 명멸했다. 근대 이후에는 오스만제국의 통치를 받았고, 이후 페르시아, 러시아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구 소련에 편입된 뒤, 1940년대 체첸인, 잉구셰티아인, 발카르인 등 수 십 만명이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되기도 했다. 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남 카프카즈에서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가 독립했다. 북 카프카즈는 러시아의 남부연방관구에 속한다. 독립 이후 영토문제를 둘러싸고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이 벌어졌고 오세티아-잉구셰티아 전쟁, 압하지아 독립 전쟁, 1ㆍ2차 체첸전 등이 잇따라 발발했다. 카프카즈 지역은 현재 서구 세력과 러시아의 대결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카스피해 연안의 풍부한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곳을 장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의 그루지야 전쟁, BTL라인, 나부코 프로젝트 등은 이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산물이다.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는 서구의 도움으로 군사력을 크게 늘렸다. 아제르바이잔은 국방비를 10배 늘렸고, 그루지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부터 최첨단 장비와 함께 군사훈련을 지원받고 있다. 국방비도 4년간 30배가 늘어 10억 달러에 이른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에 천연가스 전량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그루지야 내 압하지아 자치공화국과 아자리아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지지하는 등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인 소치가 남부연방관구의 일부인 크라스노다르 변경주에 속해 있고 그루지야 국경에서 약 30킬로미터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깝다는 점도 러시아가 이 곳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2012년 대통령 복귀를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겐 국제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