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사진) 전 대통령의 타계가 시간문제로 등장하면서 만델라 사후 남아공 경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델라의 타계가 이미 예고된데다 경제는 물론 정치 분야에서도 영향력이 줄어든 만큼 단기 충격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남아공 국민의 우상인 만델라 전 대통령의 타계가 사회의 뇌관인 흑백갈등을 촉발할 경우 저성장과 미국의 출구전략 공포와 맞물리며 남아공 경제에 삼각파도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기 충격 불가피, 장기적으로는 미미=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은 만델라 전 대통령의 사망이 남아공 경제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델라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도 인종차별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는 등 경제문제에서 영향력이 작은데다 권좌에서 물러난 지 10여년이 지나 정치적 파급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아공 현지 컨스퀀스자산관리의 마이클 퍼터 창립자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타계가 당장은 주식가격을 끌어내리겠지만 추세가 장기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의 아드리안 두 토이트 투자전략가도 "최근 만델라 전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한 후 남아공 랜드화와 주가가 떨어졌지만 이런 하락세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갈등 '티핑포인트' 되나=문제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타계가 흑백갈등으로 번질 때다. 남아공은 실업률과 물가가 고공행진을 해 언제라도 사회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1ㆍ4분기 남아공 실업률은 25.2%를 기록했고 청년실업률은 56%에 달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5월 전년동기 대비 5.6% 상승해 중앙은행 권고치인 6%에 근접한 상태다. 만델라 전 대통령의 타계가 대규모 사회갈등의 '티핑포인트(예기치 못한 일들이 폭발하는 한순간)'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만델라가 지난 8일(현지시간) 병원에 입원한 후 흑백갈등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아공 최대 언론사인 인디펜던트뉴스&미디어 온라인판은 만델라 전 대통령 입원 이후 온라인상에 "만델라 사후 흑인이 백인을 학살할 것"이라는 등의 제목을 단 웹문서 수천건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백인사회에서 만델라 사후 흑인들이 백인들을 해칠 것이라는 공포도 커지고 있다고 이 언론은 덧붙였다.
당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남아공국가방위군(SANDF)은 만델라 전 대통령이 입원도 하기 전인 5일께 만델라 사후를 대비하라는 지침을 받았으며 입원 후에는 비상계획(컨틴전시플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의 시민단체들마저 아프리카민족회의(ANC)나 남아공 정부의 권고대로 백인들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권총 등으로 무장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흑백갈등ㆍ저성장ㆍ외화유출 삼각파고 오나=이처럼 흑백갈등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난과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외환유출까지 겹치며 경제 전체가 수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의 지난 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0.9%로 3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22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출구전략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이래 주가와 달러 대비 랜드화 가치는 각각 최대 9%, 7%나 빠졌다가 최근 소폭 반등했다.
남아공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광산파업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경상수지 적자가 지난해 3ㆍ4분기 사상 최악인 2,500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ㆍ4분기에도 1,909억달러를 나타냈다. 이 같은 실물경제 불안에 사회불안까지 겹치면 당국의 통치권한이 급속도로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당국은 불안감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트레버 매뉴얼 남아공 국가기획위원장은 "만델라 전 대통령 타계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만델라의 국정철학은 그대로 관철될 것이므로 해외 투자가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