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업준비생 절반이 公試에 매달리는 사회

젊은이들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동량이다. 무한한 꿈과 패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과 도전정신은 청년들이 가져야 할 의식이자 특권이기도 하다. 이런 청년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는 활력이 넘친다. 당연히 경제도 역동적이며 국가의 미래도 밝다. 그러나 우리 청년들은 이런 특유의 의식 및 모습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주 말 통계청이 내놓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15~29세의 청년층 532만명 중 취업시험 준비생이 53만명이었다. 이 가운데 일반직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19만6,000명, 교원임용시험이 4만8,000명, 고시와 회계사ㆍ변리사 등 전문직시험 공부를 하는 사람이 6만2,000명이었다. 전체 취업준비자의 57.8%가 공무원시험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대기업을 포함한 일반기업체 시험을 보려는 사람은 8만8,000명에 그쳤다. 실제로 청년들의 공무원시험 열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의 서울시 7ㆍ9급 직원채용 시험에는 1,730명 모집에 9만1,600여명이 몰렸으며 지방거주 응시생들의 상경으로 KTX의 입석표까지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이다. 큰 잘못이 없으면 대부분 정년까지 보장되고 연금 등으로 퇴직 후의 생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안정성은 모험ㆍ패기ㆍ도전정신 등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다. 직업은 각자가 자신의 적성ㆍ특기ㆍ가치관 등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낮춰 보거나 폄하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우리 청년들의 절반 이상이 미래를 공무원에 걸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젊은이 특유의 정신이 위축됐다는 이야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젊은이다운 의식과 자세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위축된 청년들의 기를 펴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그들이 마음껏 뛰게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