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미주주와 소통없는 롯데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다. 분쟁이 신격호·신동빈 부자 간의 전면전으로 확대되면서 재계 이슈를 넘어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상호 비방과 폭로전 등 도를 넘은 진흙탕 싸움에 롯데그룹이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주식시장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그룹 경영 차질에 따른 기업 가치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롯데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이달 들어 2조원 넘게 증발했다. 롯데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하자 해당 종목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진행된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023530)의 '컨퍼런스콜'에는 당연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컨퍼런스콜은 실적발표 시즌에 맞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행하던 기업설명회(IR)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업이 배포한 실적발표 자료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들을 직접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가는 물론 해당 기업을 취재하는 기자들까지도 빠지지 않고 컨퍼런스콜에 참여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기자도 롯데쇼핑 IR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컨퍼런스콜에 대한 안내문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IR팀에 문의한 결과 "이번 컨퍼런스콜은 사전에 초청받은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가만 들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취재기자 신분을 밝혔지만 답변은 같았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접속하면 누구나 컨퍼런스콜을 청취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는 대조적이다.

롯데그룹 상장사들은 평소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기업 정보에 대한 공개가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애널리스트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할 수 없어 이번 경영권 분쟁처럼 그룹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터져도 침묵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개인투자자들이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한 보고서를 접할 수 없다 보니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온갖 루머들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을 통해 드러난 롯데의 폐쇄적인 기업문화가 주주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대로 엿볼 수 있어 씁쓸할 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