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국화 작가들 지구촌을 사로잡다

동양적 미학에 현대성 가미
해외콜렉터들 뜨거운 관심
한국미술의 세계화 이끌어

서랍그림으로 유명한 정해윤의 '아파트(Apartment)'

김선두 '느린풍경'

임남진 '섬'


'서랍그림'으로 유명한 작가 정해윤은 외국에서 더 인기다. 장지에 동양화물감으로 그린 전통가구식 서랍들은 화면 밖으로 쏟아져 나올 듯 튀어나와 있고 그 위에 참새나 소나무ㆍ대나무, 십장생(十長生) 등 다채로운 요소가 배치돼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의 국내전을 준비한 가나아트갤러리 김영민 기획팀장은 "동양화 전공자라 탁월한 세필(細筆) 묘사, 한 화면에 담기는 서사성(敍事性)이 애호가들에게 호평받고, 외국인 컬렉터들은 석채(石彩)같은 동양화 재료의 참신함이 한국에 대한 로컬리티(Localityㆍ지역성)을 일깨워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인 정해윤은 런던 '유로작가공모전', 파리 '죈 크레아시옹 국제공모전' 등 수상경력과 홍콩 소더비같은 해외경매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처럼 동양화에 기반을 둔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에 발맞춰 주목 받고 있는 현장을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국내 최대 상업화랑인 가나아트는 최근까지 정해윤의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오는 4월 사석원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한국화를 전공한 사석원은 특히 뛰어난 '해학성'으로 국내외에서 호평 받고 있다. 지난해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정재호, 김보민은 한국화 기법으로 도시풍경을 재해석해 화단과 미술시장 양쪽에서 인정받았다. 학고재갤러리의 석철주는 전통 산수와 필법을 현대미술로 구현하고, 청담동 갤러리2 전속작가 손동현은 조선시대 왕을 그리던 어진(御眞) 기법으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그려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인기다. 해외 활동이 활발한 서도호ㆍ김덕용ㆍ권기수 등은 모두 한국화 혹은 동양화를 전공했다. 청담동 살롱드에이치에서는 현대 한국화 작가 8인의 작품을 모은 '삼경별곡(三景別曲)'전이 20일까지 열린다. 역원근법을 이용하는 김선두, 번짐 기법으로 자연을 그리는 한은선, 불교 감로탱화 형식으로 일상을 그리는 임남진 외 유근택ㆍ장재록ㆍ이재훈ㆍ김성호ㆍ김민주 등이 참여했다. 강남 신사동 아트포럼뉴게이트는 여성 동양화가 5인의 '펜타그램'전을 16일까지 연다. 금분을 이용해 작업하는 서수영을 비롯해 박서림ㆍ남현주ㆍ고영미ㆍ구모경이 함께 했다. 지난해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대규모 한국작가전을 여는 등 한국미술의 국제화에 주목하고 있는 이대형 큐레이터는 "이상화 된 산수와 정신세계를 표현하던 동양화(한국화)가 현대적으로 진화해 한국작가의 경쟁력으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한국작가가 개념미술이나 서양미술로 승부수를 두는 것은 차별화가 어려운 데 반해 한국적 '로컬리즘(Localism)'은 성숙한 문화가 기대하는 다양성 충족에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중국과 중동 국가 등은 강렬한 자국 이미지로 뉴욕의 메이저 경매에서 성공을 거뒀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주거환경과 가구 취향의 변화도 현대한국화의 부흥에 일조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한옥에 대한 관심,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전통식 인테리어가 현대 한국화에 대한 재조명을 이끌었다는 것. 가구전시 기획자 김금희씨는 "전통목가구 혹은 작가 수공가구를 선호하는 가구 취향의 변화가 생활방식이나 문화소비방식의 변화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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