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차 G씨 부부. 신혼 살림은 전세 1억원짜리 낡고 닳은 아파트로 시작했다. 낡은 전셋집에서 시작했지만 둘은 맞벌이로 돈을 차곡차곡 모아 빨리 아득한 보금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신혼 초 출산으로 남편 혼자 외벌이를 해야 했고, 내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둘은 최대한 아끼고 또 아꼈다. 그렇게 신혼을 꾸렸던 전셋집의 만기가 다가왔고, 결국 둘은 고민 끝에 가진 돈을 긁어 모아 1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장만했다. 전세금도 1억3,500만원으로 올라, 집값이 떨어졌을 때 돈을 더 보태더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가진 돈으로 모자라 3,500만원 정도의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둘은 어렵게 모아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전셋값은 치솟고 집값은 떨어지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요즘. 아파트에 세입자가 낮은 추가비용으로 내집을 마련하기 더없이 좋은 시기다. 특히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값이 매매가의 70%(전세가율)를 넘는 지역들이 속출하고 있어, 올 봄 이사철 또 다시 전세난을 걱정하는 '전세족'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84㎡(이하 전용면적 기준)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탈 때 드는 추가비용은 수도권이 평균 1억5,008만원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억2,702만원이었던 거에 비하면 4,015만원이 낮아졌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전세-매매의 차액이 2억904만원이었고, 경기가 1억2,159만원, 인천이 1억1,698만원이었다.
전셋값이 상승하고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높기만 했던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생애최초 주택자금대출이 상반기에 일찌감치 소진된 것을 보면 구매수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며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중소형의 경우 새 아파트나 역세권에서 구입한다면 실수요는 물론 임대용으로도 집 장만을 고려 할 만하다 "고 말했다.
◇서울 '갈아타기' 좋은 곳 어디?=2년에 걸친 전셋값 폭등을 거치면서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중소형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300가구 이상 거주하는 서울 주요아파트ㆍ오피스텔 단지 중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단지는 70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진구 광장동 청구아파트의 경우 59㎡의 전세가율이 77.7%에 달하기도 한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과 5호선 광나루역이 가깝고 올림대교를 통해 강남으로 이동하기 편리해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광장동 A공인중개 관계자는 "59㎡에는 젊은 부부들이 주로 살고 있는데 입지여건이 좋아 이사 가지 않고 대부분 재계약하기 때문에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가가 3억1,000만원하는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1차 59㎡도 전세가가 2억3,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75.8%에 달했다. 7,500만원만 더 얹으면 내집마련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 밖에도 서대문구 냉천동 돈의문센트레빌 59㎡가 75.9%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마포구 도화동 한화오벨리스크 40㎡ 75.9% ▲서대문구 냉천동 동부센트레빌1차 59㎡ 75.8%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 59㎡ 75.8% ▲동대문구 이문동 삼성래미안2차 59㎡ 75.4% ▲중구 회현동 남산롯데캐슬 아이리스 41㎡ 75.3% 등의 전세가율을 보였다.
◇경기ㆍ인천, 2,000만~3,000만원 더하며 내집 장만=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경기ㆍ인천 지역의 경우 치솟은 전세가율로 2,000~3,000만원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는 단지들이 곳곳에 있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 아주아파트의 경우 35㎡ 전셋값(7,250만원)에 1,900만원을 보태 9,150만원에 매매가 가능하다. 인천 중구 운서동 풍림아이원 59㎡은 전셋값에 2,750만원만 더 내면 1억2,500만원에 집을 구매할 수 있다.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하는 경기 화성시 능동 자연앤데시앙 59㎡는 매매가 평균이 2억3,750만원인데 비해 전세가 평균은 1억9,000만원이다.
이 밖에도 ▲군포시 금정동 퇴계주공 3단지 79.7% ▲수원시 천천동 비단마을 신명 60㎡ 79.5% ▲안양시 비산동 임곡주공 그린빌 49㎡ 79.5% ▲화성시 병점동 신한에스빌1단지 84㎡ 79.1% 등 경기 지역엔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한 단지들이 수두룩하다.
인천도 남동구 논현동 논현주공2단지 39㎡의 전세가율이 77.5%를 기록하는 등 전세가율이 70% 넘는 단지들이 많다.
■주택구입 자금 마련은 어떻게?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 대폭 인하 '생애최초 주택대출' 은 연리 3.8% 소득수준·다자녀 여부 등 조건별 맞춤 상품 다양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정부는 지난해 말 시중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민주택기금에서 제공하는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집값이 하락하고 전셋값이 높아지면서 생긴 내 집 마련의 기회에, 주택구입 자금 마련 환경까지 나아진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제공하는 내 집 마련 대출로는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이 있다.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은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가 전용 85㎡이하의 3억원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이다. 신혼부부의 경우는 소득기준이 5,000만원 이하다. 대출한도는 1억원 이내이고, 다자녀 가구의 경우 1억5,0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 금리는 기존 연 5.2%에서 지난해 말 4.3%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원래 국민주택기금이 재원이었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은 올해부터 은행 재원으로 운용된다. 이에 따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로 서울 소재 주택을 구입할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1년 소득의 50%를 넘길 수 없으며, 대출한도 역시 집값의 최대 70%에서 60%로 줄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5,500만원이하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전용 85㎡이하 국민주택이며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최고 2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금리는 연 3.8%다. 근로자서민대출 및 생애최초대출 두 상품 모두 다자녀 가구는 0.5%, 장애인ㆍ다문화가구는 0.2%의 금리 우대가 적용된다. 상환기간은 1년 거치 19년 분할상환이다. 이 밖에도 주택금용공사에서 대출해주는 '보금자리론'이 있다. 보금자리론은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를 발행해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모기지(mortgage)상품으로 목돈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무주택자 또는 주택 취득 30년 이내인 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나 주택 취득 후 30년 이내에 받은 대출을 상환하려는 1주택자가 대상이다. 연소득 제한이 없는 기본형은 금리가 연 4.0%(10년)~4.25%(30)년이다. 9억원 이하의 주택에 한해서 최고 5억원, 담보가치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주택가격 6억원 이하를 구입하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서민에게 적용되는 '우대형I(부부합산 2,500만원 이하)'은 연 3.0%(10년)~3.7%(20년), '우대형II(부부합산 연소득 2,5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는 연 3.5%(10년)~3.75%(30년)의 금리가 각각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