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쇼크] 亞 신흥국 성장률 급락 이유는

수출의존 높고 내수기반 취약
글로벌경기침체 타격 가장 커

이번 국제통화기금(IMF)의 선진ㆍ신흥20개국(G20) 성장률 수정 전망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경제국의 성장률 하향 조정폭이 워낙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전망 때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0%였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4.0%로 급락했다. 두달여 만에 6.0%포인트나 하락해 G20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아시아 신흥경제국 평균치도 2.1%에서 -3.9%로 떨어졌다.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공업국가는 글로벌 교역규모 감소에 따른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는데다 취약한 내수기반으로 경제 전반이 심한 위축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둔 것이다. 2007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경우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점한다. 태국과 대만은 60%를 웃돌며 말레이시아는 90% 이상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무려 186%, 홍콩은 166%에 달한다. 중계무역과 가공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큰 탓이다. 중국은 한국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며 내수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일본은 10% 후반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각국의 소비지출이 위축되면 대외수입이 줄게 되고, 결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시장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셈이다. 이런 양상은 과거 선진국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ㆍ인도 등 신흥 거대 시장국의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 효과로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의 충격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가설이 깨졌음을 의미한다. 영국의 시사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의존형인 아시아 신흥국들이 내수기반을 키우지 않은 점도 성장률 급락을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면서 “신흥국들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수출회복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내수 진작책을 펴는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IMF가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단기간에 걸쳐 빈번하게 수정하는 것은 IMF 스스로 공신력과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세계 평균 성장률의 경우 지난해 4월 3.8%에서 7월 3.9%로 오히려 높아진 후 월가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10월 3.0%로 낮아졌다. 그 뒤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2.2%로 내렸다가 올 1월29일 다시 0. 5%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경기부진을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마저 경기가 둔화되면서 기존의 전망 모델이나 분석틀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의 양상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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