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월 25일] 방통융합, IPTV가 다는 아니다

요즘 방송과 통신 업계의 화두는 융합(Convergence)이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방송 사업자가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전화 등 통신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이동통신사업에도 진출을 모색하는가 하면 반대로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 망을 기반으로 한 방송 상품 제공을 시도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의 디지털케이블 방송과 통신업체들의 인터넷TV(IPTV)는 물론 인터넷 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등을 묶은 결합상품이 시장에 등장하며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시작됐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가열되고 있다. 방송 및 통신 관련 기술의 획기적 발전에 의해 촉발된 이 같은 움직임이 방송통신 융합의 자연스런 흐름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 사업자의 방송 시장 진입만 너무 강조되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어 이의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디지털케이블 방송과 IPTVㆍ위성방송 등 사업자들이 차별화된 콘텐츠로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방송통신 융합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업자들마다 각각 다른 콘텐츠로 서비스 경쟁을 벌여 국민들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히게 한다면 유료방송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콘텐츠의 차별화가 없다면 방송시장은 소모적인 가격 경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업자들의 거대 자본력이 시장을 교란해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송 사업자의 자유로운 통신시장 진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 최근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의 국회 통과로 통신사업자들의 방송 시장 진입이 한층 수월해졌지만 반대로 인터넷 전화 활성화를 위한 번호이동성제도는 물론 MVNO 같은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위해 필요한 망 개방 등 방송 사업자들의 통신 시장 진입을 위해 필요한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국민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에 유선ㆍ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셈이다. 특히 소유지분 제한이나 권역 등 방송 사업자들을 얽매고 있는 각종 규제 완화는 물론 디지털 방송 전환 등 관련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의 해결이 지지 부진하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경쟁을 기대할 수 없으며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공정한 경쟁의 규칙’을 세우는 일이다. 며칠 전에 열렸던 한 방송통신 토론회에서는 “규제완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고 있는 ‘불공정 경쟁’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표명하고 있는 규제 완화 기조는 분명 반갑고 또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한테만 유리하게 해석하는 ‘아전인수격’인 규제완화나 규제 철폐는 오히려 불공정 경쟁이라는 폐해만을 남길 뿐이다. 얼마 전 핸드볼 올림픽 예선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심판의 편파판정 때문에 실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패배를 감수해야만 했다. 제대로 된 경쟁은 모든 선수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정정당당히 제 실력을 겨룰 때 이뤄지는 것이다. 이제 하나가 된 방송통신시장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라는 동등한 재화를 제공하는 만큼 사업자 구분 없이 공정한 규칙 아래 정정당당히 자신들이 갖고 있는 차별화로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율자(Coordinator)로서의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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