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제금융안 통과에도 위기감 여전] 후속조치는

"자금투입 효과 최소 1개월 걸려 시간벌기용 불과"
정책당국도 실물경제 확산 차단 대책 필요성 공감


‘구제금융법안은 금융위기에 노출된 월가에 수습의 시간을 벌어준 것.’ 지난 3일 정식으로 발효된 구제금융법안은 ‘월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 심리적 안전판’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7,000억달러의 자금집행이 순조롭게 이뤄지게 되면 유동성 부족으로 신음하는 자금시장이 한숨 돌릴 여유를 가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여유를 갖고 월가를 재편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극도의 공포감은 확실히 줄였지만 문제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제2, 제3의 후속조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미 정책당국 역시 이 같은 지적을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이다.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주택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고 미국의 제조업 경기도 악화되는 등 실물경제가 여전히 비틀거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각국 중앙은행 등과 공조, 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늘려나가는 한편 필요할 경우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구제금융법안 발효 직후 “FRB는 신용위기를 완화하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모든 권한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상당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번 법안은 미 재무장관에게 공적자금으로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구제금융법안의 발효와 동시에 헨리 폴슨 재무 장관에게 7,000억달러의 실탄을 기반으로 월가를 요리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어준 셈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구제금융법안의 하원 통과와 동시에 인수 대상 부실자산의 범위와 부실자산 가치 산정방법, 구매절차 등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재무부의 한 관계자는 “5~10개의 자산관리 회사들과 계약을 체결, 구제금융 투입 작업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기관에 자금투입이 이뤄지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다. 모기지 대출 채권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 또 어떤 방식으로 매입할 것인지 등을 먼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측통들은 이 때문에 정부가 금융기관의 자산가치 산정과 부실자산 매입, 사후 자산 재매각 등의 프로그램을 짜는 데 1~2주일이 걸려 실제 금융기관에 자금이 투입되기까지는 최소 한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정리작업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작업은 하루아침에 성과를 낼 수 없다”며 “시장 전반에 효과가 미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현재 역경매 방식으로 악성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경매란 정부가 낮은 가격을 제시한 금융기관의 자산부터 인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자체 보유한 부실자산을 정부에 팔 때 최대한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미 정부로서는 싼값에 부실자산을 인수하기 때문에 납세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금융기관들은 싼값에 자산을 판 까닭에 손실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부실자산을 사들일 때 가격책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이번 법안에는 모기지 자산 인수를 위한 공적자금 7,000억달러의 단계적 투입 이외에 ▦예금보호한도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상향조정 ▦1,490억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안 ▦공적자금을 지원 받은 금융기관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성과급 제한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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