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공염불' 우려

11·15대책 불구 고분양가發 주변 시세 뜀박질 여전
성수 현대·검단 이지등 분양후 인근 시세 급등
시흥 능곡등 신규 물량도 주변보다 분양가 높아
"업체들 규제엔 볼멘소리하며 제 잇속만" 지적도



정부의 분양가 인하방침에도 불구하고 서울ㆍ수도권에서 건설업체의 고분양가가 주변지역 아파트의 시세를 여전히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연말까지 공급될 아파트도 높은 분양가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수그러들 것같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집값 상승과 신규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은 집값을 상승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책의 약효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분양한 ‘서울숲 힐스테이트’를 공급한 이후 성수동일대 중개업소에는 “얼마나 더 받을 수 있겠냐”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가 강북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로 분양되면서 인근 아파트의 집값 격차 좁히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20여년 중개업소를 운영중인 성수부동산 관계자는 “분양 전과 비교해 가구당 5,000만원씩은 더 올랐다”며 “집주인들이 기존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혀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힐스테이트 분양 이전에 전세를 안고 3억원대 초반이면 살 수 있던 청구강변 27평형은 최근 4억원에 거래됐다. 검단 신도시 발표 이후 1억원이나 오른 가격에 분양된 ‘이지 미래지향’도 인근 집값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벽산건설도 하남시 덕풍동에 해당 지역 최고 시세를 반영, 33평형 분양가를 3억9,800만원으로 분양해 시세를 자극하고 있다. 주변 중개업소에선 11ㆍ15대책 발표 이후 시장이 다소 잠잠하지만 동일 평형 아파트가 곧 가격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 분양이 예정된 물량도 고분양가 책정으로 벌써부터 주변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시흥 능곡지구도 당초 책정한 것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인근 시세를 20~30% 웃도는 가격에 분양 승인이 났다. 시흥시에서 가장 비싼 30평형대 아파트가 평당 650만원 선이지만 이번에 공급되는 33평형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774만~790만원이고 중대형은 최고 1,000만원을 넘는다. 또한 삼성건설이 수원 인계동에 분양하는 래미안 인계 34평형은 3억8,100만~4억2,900만원으로 삼성건설이 지었던 삼성아파트 34평형(96년 입주)에 비해 무려 1억5,000만원이나 비싸다. 이 밖에 다음 달 초부터 SK건설, 쌍용건설, 삼성건설 등이 도심에서 잇따라 분양하는 주상복합은 평당 2,100만~2,300만원에 분양될 예정이며, 포스코건설이 공급하는 송도국제도시 내에 짓는 주상복합 31~114평형은 평당 1,300만원 대 후반에 분양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359가구)과 동부건설(471가구)이 가좌뉴타운 내에 공급하는 아파트는 평당 1,500만원 선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민간 건설업체가 시세를 반영한다는 논리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다면 모든 것은 무의미해진다”며 “업계도 규제에는 볼멘소리를 하며 자기 뱃속은 챙기려는 이중적 태도를 버려야 시장 안정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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