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표준 추종?

동의명령·공중의견제출제등 "우리측 너무쉽게 인정"지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타결 분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당초 우려대로 ‘미국식’을 글로벌 표준으로 쉽게 인정하는 결과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관료들이 한국식 모델을 평가절하하고 미국식 노하우만 맹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쟁분과에서 도입하기로 한 동의명령제는 미측에서 발달한 것으로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신속하게 처리, 피해구제도 빨라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법권을 무력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이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동의명령제 도입을 꺼렸으나 2005년 업무계획에 언급한 뒤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올 초에 재정경제부와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동의명령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법무부의 반발로 일단 보류했다. 하지만 결국 통상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경제 관료들이 한미 FTA 협상을 이용, 국내 반발을 잠재웠다. 외부의 칼을 이용해 내부의 반대세력을 치는 ‘차도살인지계’가 횡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협상장 주변에서 나오는 것은 동의명령제 때문만이 아니다. 노동과 환경 부문에서 미측이 줄기차게 요구, 각각 도입하기로 한 공중의견제출제도(PC)와 대중참여제(PP) 역시 우리나라에는 전혀 없던 제도다. 동의명령제만큼 최근 활발히 논의된 적도 없다. 그러나 경제 관료들이 노동ㆍ환경 등 사회 분야의 선진화가 부족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미측 제도 도입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와 환경부 내에서조차 “두 제도가 국내 현실과 부작용은 무시하고 이상론에 사로잡혀 수용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측 제도가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법률ㆍ회계 시장의 3단계 개방안도 FTA 협정에 명시되면 국내 진행 상황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관계없이 정책을 이행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측 협상단 상당수가 미국식 교육과 제도에 익숙해 한국식 모델을 낮게 보고 미국식 제도를 추종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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