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소리에 나가보니 온동네가 불바다"

[■ 주민 피해 상황·반응] 600가구중 최소11가구 불타…"연평도서 43년동안 처음"
극도의 불안·공포감 호소… 시민들 "北 응징해야" 분통

북한 해안포 부대가 쏜 포탄 수십발이 연평도에 떨어진 23일 연평도는 ‘아비규환’이었다. 연평도 주민 김모(35)씨는 “집 안에 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나 밖에 나와 봤더니 온 동네가 불바다가 됐다”며 “다른 주민들과 함께 방공호에서 대피 중인데 무서워 죽겠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54)씨는 “포탄이 떨어진 뒤 안개가 낀 것처럼 사방이 뿌옇고 어두워졌다”며 “이후에도 포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씨는 “포탄 공격으로 일부 주민이 부상을 입고 가옥과 산에도 불이 나자 200여명의 주민들이 북한군의 사격이 잠잠해진 뒤 피난을 가려고 부둣가에 나와 있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면사무소에서는 초기에 “오발이다”는 안내방송을 냈다가 곧바로 “실제상황이다. 비상 상황이니 즉시 대피하라”고 해 주민들이 긴급하게 대피했다. 3일 전 개인 사무를 보러 인천에 나와 있다는 장웅길 중부리 이장은 “집에 전화했더니 가족들이 다 대피해 있다고 한다”며 “주변에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대피소에 있어서 그런지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주민들은 포탄이 떨어지자 학교나 다리 밑, 그리고 마을 쪽 5~6군데의 대피소로 피했다. 일부 주민들은 어선을 이용해 인근 섬으로 피신했다. 김운한 인천해경 연평출장소장은 “산과 마을 전체가 불에 타 연기에 휩싸였으며 사람들 모두 대피소로 대피해 누가 불을 끄고 있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지난 2002년 연평해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연평도에 포탄을 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주민은 “이곳 마을에 600여가구 정도가 있는데 11가구 이상이 불에 탔다”며 “연평도에서 43년 동안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불안해 했다. 연평도에 근접한 인천시민들은 북한의 도발 소식을 접한 뒤 3월 백령도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인천시 남구 학익동 한상돈(51)씨는 “3월에는 백령도에서 대형 사고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연평도 마을 한가운데 포탄을 쏴대는 북한의 소행은 더 이상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이 더 이상 도발을 못하도록 응징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고영철(49)씨는 “북한이 잊어버릴 만하면 도발을 일삼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며 “도발을 할 수 없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민들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서울 서초동의 서성진(41)씨는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는 설마 같은 동포인 북한이 이 같은 일을 했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일반 주민들이 사는 연평도 내륙에 포탄을 발사하는 것을 보니 경악스럽다”며 “이번 사건은 북한이 일반 민간인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사실상 전쟁을 도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성수동에 사는 주부 김수경(36)씨는 “지방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으로부터 행여 모를 비상 사태에 대비해 최악의 경우 대피를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까지 받았다”며 “일단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기는 했지만 사실 내심으로는 걱정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출판업을 하는 권모(43)씨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 국내외적으로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긴장관계가 다시 조성되고 있다”며 “북한의 돌발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씨는 “불경기로 출판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과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돌출행동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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