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잇단 경고에도 은행권 외화차입 여전

90% 이상이 대출 활용…지방·특수은행 차입 꾸준히 늘어
외국계 은행도 "걱정할 만한 수준" …원화절상 부채질 가능성 우려


재정경제부ㆍ금융감독원 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은행권의 외화차입에 대해 연이어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단기외채 증가가 원화절상을 부추기는 등 경제전반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재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 “청와대에서는 지난해 중순 이를 감지해 재경부에 세부 내역을 알라보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하반기부터 금융감독 당국이 전방위로 나서 은행장을 만나고 행정지도를 하는 등 각종 대책을 강구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외화차입 행태는 개선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차입외화의 90% 이상이 개인ㆍ기업 대출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은 외화 대출금 대비 차입금 비중이 100%를 넘는 곳도 적지않아 통화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보다는 엔ㆍ달러 대출에 더욱 치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방은행 외화차입 큰 폭 늘어=2005~2006년 외화차입 증가율을 보면 1위는 제주은행이다. 차입액이 2005년에는 20억원에서 2007년에는 170억원으로 무려 750% 늘었다. 제주은행뿐 아니라 지방은행에서 외화차입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광주은행이 2,960억원에서 5,770억원으로 94.9% 증가했다. 전북은행도 이 기간 동안 40.4, 경남은행 40.5%, 부산은행 43.9%, 대구은행 29.0% 등 전제 은행 평균 상승률(20.1%)을 크게 웃돌았다. 이밖에 특수 은행으로 분류되는 수협중앙회도 외화차입금이 2005년 4,290억원에서 2006년 7,690억원으로 79.3% 늘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반 시중은행에 대한 건전성 감독에 치중하고 있는 가운데 감독에서 다소 벗어난 지방은행과 일부 특수은행이 새로운 외화차입 주도 세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외국계 은행도 한몫=금융감독 당국은 지난주부터 외국계 은행을 대상으로 외화차입에 대한 행정지도에 나섰다. 이들 외국계 은행의 2005~2006년 외화차입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차입액이 2005년 1조720억원에서 2006년에는 2조3,150억원으로 116.0% 증가했다. 외환은행도 이 기간 동안 4조470억원에서 4조6,230억원으로 14.2%, 씨티은행도 38.9% 각각 늘었다. 특히 외환은행과 씨티은행의 경우 외화차입이 전제 조달자금에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외화차입 조달 비중은 2005년 6.52%에서 2006년 7.15%, 씨티은행은 5.55%에서 7.98%로 7%대 벽을 넘어선 상태다. ◇외화차입, 파생상품보다 대출에 치중=은행별로 보면 극히 몇 은행을 제외하고는 외화대출금이 크게 늘었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는 외화대출금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빌려온 외화의 거의 대다수가 대출 형태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별로 보면 제주은행의 외화대출이 2005년에는 2,800만원에 불과했으나 60억원으로 급증했다. 우리은행도 이 기간 동안 외화대출이 25.4%, 하나은행(신)이 100.9%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광주은행도 외화대출이 133% 증가하는 등 거의 대부분의 은행에서 외화대출이 크게 늘었다. 2005년 평잔 기준으로 외화대출금 대비 차입금 비중이 전체 은행의 경우 평균 87.7%에서 2006년 92.4%로 늘어났다. 시중은행도 90.1%에서 95.9%로 늘었다. 한마디로 들여온 외화를 대출로 운용하는 비중이 더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몇몇 은행은 2006년 기준으로 외화차입급보다 외화대출액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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