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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하던 A씨는 눈길 끄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긴 기사 분량에 이내 읽기를 포기하고 맙니다. 결국 A씨는 제목만 읽고 대충 훑어본 후에 기사 댓글란을 확인합니다. 두 세 개 훑어보니 ‘아 이런 내용이었구나’ 싶습니다. 제목과 댓글로 기사의 논점을 파악한 A씨도 의견을 남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도로요.
연인보다 더 연인 같은, 현대인의 필수품은 아마 스마트폰이 아닌가 합니다. 출근길, 퇴근길 할 것 없이 남는 시간을 채워주는 물건이자 세상과 가장 가깝게 소통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 역시 스마트폰 중심으로 변화했습니다. 종이신문 구독률은 예전만 못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1시간~2시간 정도 짬을 내 신문을 챙겨 볼 여력이 없을뿐더러 인터넷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공짜로 볼 수 있는데 구독료를 낼 필요 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늘어난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바로 ‘제대로’ 뉴스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해밀(Hamill) 등은 실험연구를 통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험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감옥의 간수가 인간적이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묘사된 인터뷰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그룹에는 간수가 비인간적이고 야비한 것으로 묘사된 인터뷰를 보여줬습니다. 마지막 그룹에는 인터뷰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간수들에 대한 태도를 조사해 보니 호의는 인간적이라 묘사된 내용을 본 경우, 인터뷰를 보지 않은 경우, 야비하다고 묘사된 내용을 본 경우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당연해 보이는 이 결과는 사회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과잉일반화의 오류 중 하나로 해석됩니다. 일부 사례만을 보고 대상 전체에 대해 ‘어떠하다’고 결론을 내려 버리는 것이죠. 판단의 근거로 삼았던 사례가 대표적인 것인지 일반화시킬 만큼 충분한지에 대한 고려 없이 말이죠. 앞서 언급한 A씨처럼 뉴스를 소비해서는 과잉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전후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먼저 의견을 밝힌 사람들에게 쉽게 동조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옳을 것이다’는 휴리스틱 사고(Heuristic thinking)는 온라인 괴담을 급속도로 유포시키거나 특정인의 사생활까지 들춰내는 마녀사냥으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넘쳐나는 정보를 단시간에 소화하려다 보니 생겨나는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내 생각’은 익명성이란 날개를 달면 그야말로 거칠게 없습니다. 또 쉽게 확대되고 재생산되기까지 합니다. 어떤 사람이 제목만 보고 남긴 잘못된 강한 의견이 다음 사람에게는 ‘정말 그렇다고? 나도 동의해’라는 과정을 거쳐 여론으로 형성될 위험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까지 아끼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져야만 합니다. ‘내 생각’이 온전히 내 생각만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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