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논란 가시지 않는 '부산경남 금융현안'

갑, 민심 달래려 하지만… 지역 이기에 심해지는 '금융의 정치화'
경남은행 매각·STX 구조조정 선박금융공사 설립 문제 놓고
지자체·정치인 입김 세져 금융위원장 11일 부산서 간담회
끊임 없는 정치적 요구에 "국익 해치는 수준" 지적도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1일 부산을 찾아 지역 금융 현안 간담회를 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선박금융공사 설립 문제와 STX 구조조정, 우리금융(경남은행) 민영화 같은 현안을 설명한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에 따른 지역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다. 박근혜 정부 들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차례 밀양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밀양은 송전탑 설립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는 곳이다. 그만큼 금융위원장의 부산 방문은 이례적이고 지역을 배려하는 일인 셈이다.

금융 분야에 대한 부산광역시와 해당 지역 정치인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경남은행 매각과 STX 문제에 이어 지난달 말 정책금융 체계 개편안이 나온 후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불투명해지자 그 정도가 급격히 강해지고 있다. 신 위원장이 취임 초 '금융의 정치화'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지역 정서 앞에서는 힘을 잃는 모습이다.

◇뜨거운 감자 STXㆍ경남은행…제1원칙은 지역민심(?)=STX 구조조정과 경남은행 매각은 현지 주민에게는 매우 예민한 이슈다. STX의 경우 단순히 하나의 기업체라는 개념 이상이다. 경남 지역의 일자리와 직결돼 있고 이 때문에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논리가 득세하고 있다. 채권단이 강덕수 회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지역 주민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의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큰 것으로 나와 일단 살리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지만 앞으로 조선 시황에 따라 다른 각도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채권단으로서는 현지 민심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남은행 매각은 더 문제다. 성세환 BS금융지주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나고 온 후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인수 문제가 보도되는 바람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당국은 지역상공회의소 중심의 인수에 매우 부정적이지만 다른 인수 주체에 대해서도 현지 주민이 매우 부정적이어서 정책 추진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STX나 경남은행이나 구조조정의 원칙이 있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 제1원칙은 '지역 민심'일 수밖에 없다"고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부산, "3대 현안 된 게 없다"=정부 고위관계자는 8일 "부산에서는 동남권 신공항과 해양수산부 본청의 부산 유치,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한 틀에서 보고 있다"며 "현재는 이 중 아무 것도 된 것이 없다는 게 지역 민심"이라고 전했다.

실제 부산에서는 선박공사 설립이 사실상 어렵다는 정부 입장에 허탈감이 크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에도 "(제소를 피하기 위해) 특혜금융이나 특정 산업 분야 지원을 빼자"거나 "일단 설립하고 보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해운이나 조선업에 대한 꾸준한 금융공급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 탓에 금융위는 선박금융공사 관련 공청회도 준비하고 있다. 당초 16일로 잡았지만 부산시가 시간이 촉박하다며 반발, 향후 일정은 미정이다.

부산 출신 의원이 많은 국회 정무위원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장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지역구가 부산 남구갑이다.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도 부산 북구강서구갑을 지역구다. 김 의원이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백지화한 정책금융 개편안에 대해 "세부 내용을 국회에서 더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달래려 하지만…끊임없는 '정치적 요구'=부산은 금융에 관한 한 국내에서는 제2의 도시다. 지난 2009년 부산 문현지구와 서울 여의도는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63층 규모의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는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미 부산에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이 내려가 있고 앞으로 주택금융공사와 자산관리공사ㆍ한국예탁결제원이 본사를 옮긴다. 게다가 올해 금융위 예산에는 KAIST 금융전문대학원 부산분원 설립을 위한 기초예산 용역비 3억원도 편성됐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적지 않은 셈이다.

부산에서는 일부 금융공공기관이 이전해오기는 하지만 파생과 선박금융을 중심으로 만든다는 취지에는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토착은행인 BS금융지주가 있지만 민간 금융사 중 부산에 본거지를 둔 곳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지역 이기주의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특히 선박금융공사를 무조건 설립하려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에만 집착해 WTO 제소에 따른 국익손실 가능성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말까지 나온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의 선박금융 담당 인력을 부산으로 내려보내겠다고 했고 상당수 금융공공기관이 내려가지 않느냐"며 "선박금융공사 설립 문제는 보다 긴 호흡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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