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내년 상장계획이 전격 결정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상장계획을 발표하면서 패션 부문의 핵심 육성사업인 패스트패션(에잇세컨즈)의 공급망 투자와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스포츠·아웃도어 등 신규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장을 통해 바이오 신기술 확보와 경영 인프라 투자 등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상장 이후 가속화할 삼성 경영권의 3세 승계에 쏠려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이양작업은 사실상 지난해 7월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수를 시작으로 삼성SDS 상장 발표까지 숨가쁘게 진행돼왔다. 삼성에버랜드 상장 결정은 이 과정이 마무리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차익이 약 5조원에 달하는 만큼 경영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지분매입 비용과 상속세 재원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점에서 승계작업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으로 그룹 내 사업재편이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업계에서는 지배주주 일가가 절대적 지분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 간 합병을 통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에서부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 간 합병에 이은 삼성SDS의 추가 합병 시나리오, 그리고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거쳐 지주사를 분할한 뒤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는 방안에 이르기까지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승계작업이든 사업재편이든 그 중심에 삼성의 경쟁력 강화가 놓여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그룹 전체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달했다. 삼성전자 한 회사만으로도 지난해 GDP의 16%에 해당하는 228조6,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자그마한 경영판단 미스도 곧바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경영권 승계는 이미 3세로 접어든다. 창업과 수성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은 적이 없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국민적 판단요소다.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보다 투명하게 처리함으로써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가 삼성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승계과정을 통해 보다 탄탄해진 삼성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