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관계 전면 차단, 중대결단 검토"

'南 길들이기' 노린 초강수 압박카드
美서 실익챙기고 공세 화살촉 南으로 바꿔
MB정부 대북정책 전환 유도위한 포석인듯
개성공단 중단등 강경조치 이어질 가능성도

북한이 16일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남북관계 '전면 차단'을 포함한 '중대 결단'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잠잠해지던 남북관계가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명박(MB) 정부가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 무분별한 반공화국 대결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우리는 부득불 북남 관계의 전면 차단을 포함해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북미간 합의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라는 실익을 챙긴 북한은 공세의 화살촉을 미국에서 남측으로 돌리며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ㆍ미국과 대화하고 남측은 배제) 전략을 통한 남측 '길들이기'에 다시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의에서 북측이 경고한 개성관광이나 개성공단 중단 등의 강경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앞으로 남측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이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당국자간 대화와 옥수수 지원 제의 등 북측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의지를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북측의 전형적인 대남 압박 전략에 흔들리지 않고 '비핵ㆍ개방 3000'으로 상징되는 대북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뜻이다. 노동신문이 논평원의 글을 통해 대남 압박 공세를 펼친 것은 지난 4월 1일 이후 7개월 만이다.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은 북한의 입장을 공식으로 밝히는 성명이나 담화, 사설에 비해 무게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 동안 남북관계 급변 시기를 전후로 해 주로 발표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관망 자세를 보이다 3월말 개성공단에서 남한 당국자를 추방하고 서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어 4월 1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 발표 이후 우리 정부의 식량지원 제의 거절 등으로 남북관계 위기지수를 높였고 7월에는 북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터뜨려 남북 관계를 극단으로 몰고 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날 논평원의 글 발표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압박 ▦통미봉남을 통한 한미동맹 분열 ▦최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 ▦북한 내부결속 강화 등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했다. 지난 11일 북미간 협상으로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최대 숙원을 이룬 상태에서 큰 실익은 이미 챙겨놓았다고 판단, 본격적인 MB정부 '길들이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북미간 핵 검증 합의 과정을 통해 터득한 '남측과 얘기해서는 별 실익이 없고 결국 미국과 담판을 지으면 된다'는 학습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건강 이상설 이후 거론되고 있는 '급변사태 대비 계획''작전계획 5029'과 민간단체의 전단지 살포 등 북측의 심기를 건드리는 조치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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